[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부진의 터널을 빠져 나와 호투를 거듭하고 있는 노경은(29·두산)이 그 비결로 ‘맞춰 잡기’라고 했다.
노경은은 최근 국내 투수들 가운데 가장 꾸준하게 호투를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5월까지 1승 4패로 부진했지만, 6월 이후 8승 4패를 기록했다. 7월 이후부터는 2점대 평균자책점의 짠물 투구를 펼치고 있다.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5실점(3자책)으로 시즌 9승(8패)째를 거뒀다. 3실점을 한 7회를 제외하고는 위력적인 투구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 1승만 추가하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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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노경은은 최근 맞춰 잡는 투구로 호투를 펼치고 있다. 조기 강판도 없이 꾸준하게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노경은은 “후반기 들어가니 확실히 힘이 약해졌다. 그래서 포크를 변형한 변화구를 던지고 있다. ‘칠테면 치라’는 식으로 맞춰 잡고 있는데 잘 통했다. 투구수도 적어졌다. 예전에는 5회까지 80여개를 던졌는데, 이제는 60여개로 눈에 띄게 줄었다”며 “괜히 힘도 없는데 (힘으로 밀어붙이는)객기를 부렸다가는 힘들었을 것이다. 상황에 맞춰 던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위가 좋아졌다는 말에 노경은은 ‘커브’ 때문이라고 답했다. 노경은은 “커브를 잘 던지면 직구가 잘 던져진다. 그래서 그런지 감독님께서 ‘불펜에서 커브만 던지고 마운드에 올라가라’라고 말씀하실 정도다”라며 웃었다.
노경은은 소화 이닝이 줄었다. 보통 6,7회까지만 던지고 공을 불펜에게 넘기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올해 완투 경기는 한 번도 없다. 8이닝 투구만 두 차례 있었다.
노경은은 이에 대해 “전반기에는 불펜이 흔들려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불펜이 안정됐다. 든든한 필승조가 있기 때문에, 내가 6이닝 정도만 막아주면 되다고 생각을 바꿨다. 완투 욕심은 접었다. 그렇게 하는 게 다음 등판 경기를 대비하고, 오른팔과 오른 어깨 컨디션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노경은은 올해 각종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탈삼진은 개인 최다를 기록했고, 155이닝으로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노경은은 “사실 내 기록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던진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새로운 게 참 많다”라고 했다.
노경은은 한 가지 목표가 있다. 누구든지 알아주는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노경은은 “내가 무슨 다승왕이나 탈삼진왕을 하겠나.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주어진 선발 등판 기회를 빼먹지 않는 것이다. 내게는 그게 그 어떤 성적보다 중요하다. 올해는 물론 앞으로 평생 이루고 싶은 목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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