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이제 김승규는 도전자가 아닌 당당한 경쟁자다. 벌써 저울의 기울기가 달라졌다고 말을 하긴 곤란하지만 상황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아주 자연스럽던, “대표팀 No.1 수문장은 정성룡”이란 등식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던 때 김승규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제대로 된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지난 8월14일 페루와의 평가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승규는 시쳇말로 요즘 가장 ‘핫’한 선수다.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이다. 홍명보호 3기 승선이 결정된 뒤 치러졌던 지난 8월28일 포항과의 경기는 근래 김승규라는 골키퍼의 기세를 설명했던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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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는 시쳇말로 요즘 가장 ‘핫’한 선수다.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이다. 이제 도전자라는 수식보다는 정성룡의 경쟁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사진= MK스포츠 DB |
경기 후 황선홍 포항 감독은 “공격 전개도 좋았고 유효슈팅도 많았는데 결과가 따르지 않았다”면서 “골이라고 말해도 무방한 슈팅을 김승규가 막아냈다”는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골키퍼들을 칭찬할 때 흔히 쓰는, 감각이 동물적이었고 마치 신이 들린 듯한 방어력이었다.
김승규의 소속팀인 울산의 김호곤 감독이 “대표팀을 다녀온 뒤 더 안정감을 찾았다”고 말한 것처럼 확실히 자신감이 배가된 느낌이다. 8월 페루전에서 멋진 세이브로 무실점 경기를 이끌면서 스스로 챙겼을 자신감이란 표현키 힘든 일이다.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특별한 실수 없이 든든하게 문을 지켰으니, 골키퍼 입장에서 그보다 더 뿌듯한 일은 없다. 홍명보 감독 앞이라 더더욱 기뻤다.
김승규는 과거 홍명보 감독의 지도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런던행 비행기에는 오르지 못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이다. 그래서 국가대표팀에 대한 ‘독’을 더 품고 있는 김승규다.
지난 페루전을 앞두고 만난 김승규는 “(홍명보 감독님이)다시 불러주신 만큼 다시 평가받고 싶다.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다부진 뜻을 전했다. 소속팀의 백업신세라 경기력이 떨어진 상태로 대표팀에 들어갔던 과거와 당당히 울산에서 주전 입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호출을 받은 지금은 다르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결국 그 자신감은 경기력으로 입증됐다.
무난함을 넘어 준수했던 A매치 데뷔전 그리고 K리그 클래식에서 이어지고 있는 선방쇼가 합쳐져 선배 정성룡 골키퍼를 더욱 위협하고 있는 김승규다. 물론 정성룡을 넘었다고 말하긴 힘들다. 새로 가세한 김진현의 존재도 간과할 수 없다. 홍명보 감독
적어도 동등하게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마련했다. 그 어떤 포지션보다도 ‘박힌 돌’을 빼내기 힘든 곳이 수문장 자리임을 생각한다면 큰 산을 넘은 셈이다. 이젠 도전자가 아니라 경쟁자가 됐다.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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