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임성일 기자] 2013년 K리그 클래식을 강타한 ‘극장’ 신드롬의 완결판이 포항 스틸야드에서 나왔다. 승부 자체가 극적이었고, 이 극적인 결과로 인해서 단 1장 남았던 상위리그 진출팀이 결정됐으니 그야말로 완결판이었다.
9월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 부산의 K리그 26라운드 경기는 2013년 상반기의 대미를 장식할만한 명승부였다. 아니, 올 시즌이 모두 끝났을 때도 두고두고 회자될 경기였다. 극적인 승리로 상위리그행 막차를 탄 부산도 주인공이고, 프로다운 냉정함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킨 포항 역시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을 강타하고 있는 ‘극장’ 신드롬의 완결판이 포항 스틸야드에서 나왔다. 승자 부산도, 패자 포항도 모두 아름다운 주인공이었다.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
경기 전 만난 황선홍 감독은 그저 웃었다. 부산을 이끌고 있는 윤성효 감독과는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는 가까운 사이기도 하다. 포항에 부임하기 전, 처음으로 프로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클럽이 부산이기도 했다. 달가울 것 없는 만남이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그래서 더더욱 프로다운 정신자세로 임해야하는 경기라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특별히 기술적인 싸움이나 전술적인 대결에서 판가름 날 경기는 아니다. 상대는 절실하게 이겨야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 선수들도 더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야한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함이 요구되는 경기”라고 전망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선수들의 정신적인 측면을 많이 강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물론 절실한 쪽은 부산이었다. 부산의 정신무장은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는 일이다. 경기 시작부터 부산 선수들의 각오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패스 하나, 태클 하나에 혼신을 다했다. 악으로 깡으로 전의를 불태웠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던 포항의 단단한 경기력을 감안했을 때, 부산이 당황했을 법도 했으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 ‘기’가 결국 드라마를 썼다.
전반 43분, 박종우의 프리킥부터 시작된 이정호의 헤딩 패스와 한지호의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진 선제골은 천금 같았다. 만약 그대로 후반전이 시작됐다면 상당히 쫓길 수 있었다. 드높아진 사기를 생각했을 때 후반전 양상은 부산이 다소 유리해보였다. 하지만, 외려 포항이 주도권을 잡았다. 또 당황했을 법한 상황이다.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던 황선홍 감독의 출사표 이상으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홈팬들의 응원과 합쳐진 의지는 결국 후반 40분 동점골을 만들었다. 김태수의 헤딩슈팅을 이범영 골키퍼가 막아낸 것을 베테랑 공격수 김은중이 오른발로 재차 슈팅하면서 결국은 동점을 만들어냈다. 김은중의 포항 이적 후 첫 골이자 강원 시절을 포함해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이었으니 이것만으로도 극장에 걸릴 상영작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이 주어진 뒤 마지막 반전이 나왔다. 포항의 공격을 막아낸 부산 선수들은, 마치 ‘전원 앞으로’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빠르게 치고 올라갔고 결국 수비수이자 주장 박용호가 거짓말 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극장 완결편’을 만들었다.
이골은 치열했던 90분 승부의 결승골이 됐으며, 상위리그행 티켓을 두고 싸우던 성남이 1-0 승리로 끝나면서 부산은 상위리그행 티켓의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아무리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일부로라도 이렇게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부산은 응당 주인공이 될 만한 플레이를 펼쳐줬다. 그리고 상대 포항도 프로다운 모습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배경을 모르고 지켜본 팬들은 포항이 하위리그로 떨어지는 절박한 상황이라 착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부산도, 포항도 박수 받을 만했다. 2013년 ‘극장 완결판’이 스틸야드에서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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