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서민교 기자] 8월 마지막날 사직 LG-롯데전 승부처는 3회말이었다. 2-1로 앞서던 롯데가 달아날 수 있는 상황. 선두타자 황재균이 2루타를 때려내 무사 2루 찬스를 잡았다. 롯데의 공격은 두 차례 실책성 플레이로 꼬이기 시작했고, LG는 포수 윤요섭의 블로킹으로 위기를 넘겼다. LG가 8-2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을 재구성했다.
롯데의 시선으로 먼저 보자. 1-2로 쫓긴 롯데는 추가점이 필요했다. 무사 2루서 조홍석에게 희생번트 작전이 들어갔다. 하지만 작전 수행 실패. 번트 파울이 나온 뒤 삼진 아웃을 당했다. 손아섭이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황재균은 그대로 홈까지 내달렸다.
1일 경기에 앞서 만난 김시진 롯데 감독은 “그 상황에서 황재균이 홈까지 들어가는 것은 맞다”라고 주루 플레이에 정당성을 줬다.
LG 트윈스 포수 윤요섭이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회말 롯데 황재균을 잡는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김 감독이 아쉬운 것은 황재균의 주루 플레이가 아니었다. 조홍석의 희생번트 실패가 더 뼈아팠다. 김 감독은 “번트 실패가 없었으면 홈에서 그런 상황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황재균은 오른 무릎이 심하게 찢어지는 상처만 남았다.
LG 시선에서 보자. 정확히는 포수 윤요섭의 눈이다. 윤요섭은 최초 아웃이 되기 힘든 상황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우익수 이진영의 송구가 정확하게 홈으로 들어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윤요섭은 “처음에는 주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홈을 열어뒀었다. 그런데 진영이 형의 송구가 정말 좋았다. 포구를 하려는 순간 곁눈질로 봤는데 아웃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블로킹을 했다”고 말했다. 주루 방해에 대한 오해의 시선을 풀어낸 윤요섭의 설명이었다.
홈에서 블로킹 상황은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 전력 질주를 하는 주자를 온몸으로 받아야 한다. 윤요섭은 올해 2군에서도 블로킹을 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윤요섭은 황재균이 다리를 다쳤다는 말을 전해 들은 뒤 “미안하다”고 말하며 늘 그렇듯 포수 마스크를 챙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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