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전북의 K리그 25라운드. 박진감 넘치는 공방전 끝에 1-1이라는 스코어로 종료휘슬이 울리자 팬들에게 명승부를 선사한 양 팀 선수들은 모두 필드 위에 쓰러졌다. 그만큼 혼신의 힘을 다했다.
대부분이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으나 유독 괴로워하던 이가 있었다. 전북의 라이언킹 이동국이었다. 이동국은 전북 의무팀의 부축을 받고서야 필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정밀검사를 받아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우려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동국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6주 진단이 나왔다. 자신에게도 전북에게도 적잖은 타격이다. 하지만 앉은 김에 쉬어간다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진짜 중요한 순간을 위해서다. 사진= MK스포츠 DB |
이동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상 없이 계속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는 뜻을 밝힐 정도로 ‘부상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다. 2006독일월드컵 직전의 대형부상을 비롯해 크고 작은 순간 발목을 잡은 것은 늘 부상이었다. K리그 클래식 상위리그 시작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의 부상 역시 타격이 적잖다.
최강희 감독 복귀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북 입장에서는 큰 악재다. 최근 11경기에서 7승3무1패를 올린 전북은 드디어 강호의 저력을 발휘하며 단숨에 정상권으로 뛰어올랐다. 최강희 감독도 비로소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으나 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하다. 진검승부는 7팀이 펼치는 상위리그이다. 앞으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을 정도다.
이런 호재 속에서 나온 간판 공격수의 부상이라 더욱 안타깝다. 이동국도 침통할 것이다. 하지만, 기왕지사 넘어진 것 이참에 쉬어가겠다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잘 됐다는 표현은 무리가 있으나 쉴 필요는 있었던 상황이다.
이동국은 최근 7경기 동안 골맛을 보지 못했다. 그 직전 7경기 동안은 연속해서 골을 넣었다. K리그 통산 최다기록인 8경기 연속골에 도전하다 문턱에서 좌절된 뒤 침묵이 길어지고 있던 상황이다. 서울전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최강희 감독도 “못 넣고 있는 경기가 길어지고 있다. 이동국이 조급해질 수 있는 때가 되기는 했다”는 말로 걱정스러움을 전했다.
실제로 서울전에서 이동국의 플레이에는 조바심이 엿보였다. 무언가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보내는 일이 잦았고 다소 무리한 슈팅이나 타이밍이 어긋나는 슈팅 장면도 적잖았다. 여유가 넘칠 때의 이동국과는 거리가 있었고 이는 분명 심리적인 영향이 컸다.
다음 라운드에서라도 골을 넣는다면 다행이나 또 침묵한다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수 있었다. 점점 중요한 승부처로 향하는 길목에서 주포의 부진은 괴로운 일이다. 경기에서 제외시키는 변화를 줄 수는 있으나 선수 사기를 생각했을 때 조심스러운 판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상을 앉은 김에 쉬어가는 징검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다행히 파트너 케빈의 컨디션이 좋고, 레오나르도 박희도 서상민 티아고 이승기 등 2선 공격수들의 몸놀림도 나쁘지 않다. 이동국이라는 존재감의 부재는 아쉬우나 전북 입장에서는 갑갑한 상황은 아니다. 최강희 감독도
6주 진단이면 거의 두 달 가까이 지난 뒤에야 실전 복귀가 가능한 부상이다. 긴 시간이지만 조급함을 버리고 완벽한 몸으로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동국이 돌아올 10월 중순이면 우승을 향한 본격레이스가 펼쳐질 때다. 그때를 위해, 지금은 앉은 김에 푹 쉬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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