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한쪽은 ‘닥공(닥치고 공격)’의 전북이고 다른 쪽은 ‘무공해(무조건 공격해)’의 서울이니, 골을 넣어 이기는 것에는 일가견 있는 두 팀의 만남은 자연스레 화끈한 난타전을 예상할 수 있는 조건이 많았다. 하지만 실상 고수들의 격돌은 더 조심스러울 수 있다. 자신의 창은 물론 자신 있으나 상대의 창도 조심스러운 까닭인데, 실제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그랬다.
상하위리그 분기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전북의 맞대결은 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로 손색이 없었다. 내용도 그랬다. 왜 초반 부진을 딛고 2위(전북)과 4위(서울)로 뛰어올랐는지, 왜 최근 4시즌 동안 2번씩 리그 정상에 올랐는지 설명했다.
왜 서울과 전북이 K리그 정상을 양분하고 있는지 여실히 입증한 한판이었다. 어느 한쪽의 우위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승부가 펼쳐졌다. 사진(상암)= 김영구 기자 |
양 팀의 공격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나 그렇다고 수비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화려한 공격진 구성과 많이 터지는 골에 빛이 가려졌을 뿐, 방패의 힘도 견고하다. 서울은 7연승과 지난 라운드 경남전 무승부(0-0)로 최근 7승1무 파죽지세를 타는 동안 6실점(15골)만을 허용했다. 짠물수비였다. 전북이 다르지 않다. 최근 10경기에서 전북은 8실점(22골)에 그쳤다. 많이 이길 수 있는 보이지 않은 공은 단단한 수비였음을 입증하는 지표다.
그 힘이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전북을 상대로도, 서울을 상대로도 통했던 경기다. 이동국과 케빈이 부지런히 발로 머리로 호흡을 맞췄으나 김진규와 김주영의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에 고전했고 데얀과 몰리나, 에스쿠데로와 고요한의 연계 플레이 역시 정인환과 윌킨슨이 축이 된 전북의 포백을 쉽게 뚫지 못했다. 그렇게 전반이 끝났다.
경기 양상이 끝까지 이렇게 흘렀다면 다소 지루한 인상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 45분의 양상은 달랐다. 벤치의 용병술과 선수들의 집중력이 모든 것을 쏟아낸, 진짜 진검승부가 나왔다.
불을 붙인 것은 전북이었다. 후반 12분, 레오나르도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김용대 골키퍼가 쳐낸 것을 케빈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골망을 찢어질 듯 흔들었다. 이때부터 경기는 빠르게 진행됐다.
최용수 감독은 곧바로 후반 15분, 고요한을 빼고 윤일록을 투입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윤일록은 애초부터 후반을 도모했던 카드다. 그리고 16분, 몰리나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에스쿠데로가 헤딩슈팅을 연결했고, 공격과 수비가 얽힌 상황에서 데얀이 확실하게 밀어 넣으면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최강희 감독이 교체카드를 꺼냈다. 후반 19분, 레오나르도를 빼고 티아고를 투입했다. 그리고 1분 뒤에는, 박희도를 빼고 서상민을 넣었다. 티아고와 서상민 역시 최강희 감독이 나중을 위해 아껴둔 비기였다. 이에 최용수 감독은 후반 28분, 에스쿠데로를 빼고 박희성을 넣었다. 어느 쪽도 비기는 것을 원치 않았던 교체였다. 사령탑의 뱃심도 대단했다.
다분히 추가골을 넣어 이기겠다는 의도였으나 어느
결국 승부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내용과 결과 모두 K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라는 것을 여실히 입증한 서울과 전북의 진검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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