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임성일 기자] 홍명보 감독은 언변이 좋다. 전임 최강희 감독처럼 위트가 넘치는 달변가 스타일과는 달리 본인의 생각을 철저한 계산속에서 조리 있게 말한다. 허투루 내뱉는 말도 거의 없으며 때문에 그냥 흘려들을 이야기도 적다.
그 계산적인 이야기 속에는 숨은 뜻이 포함된 경우가 왕왕 있다. 우회적으로 에둘러 섞을 때도 있고 가시를 박아 놓은 듯한 인상을 전하는 때도 있다.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한 의도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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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은 언변이 좋다. 철저한 계산속에서 뜻을 담아 말한다. 선수들이 허투루 들을 수가 없다. 그 속에는 가시도 돋쳐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 발탁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손흥민을 개인적으로 처음 불러본다. 이번에 독일에 가서 경기를 봤고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이야기도 나눴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평범했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
홍 감독은 “모든 이들이 손흥민이 잘하고 있다고 하니 그 의견도 존중했다. 그것도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얼마나 팀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역량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한다”는 말로 진짜 실력을 팀 속에서 표출하지 못한다면 손흥민이라 할지라도 냉정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전했다. 곽태휘의 경우도 비슷했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과 8월 페루전 모두 홍명보 감독은 동일한 멤버로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답답했던 공격진에 비해 수비라인에 대한 평가는 안팎에서 모두 후했기에 이번 3기 명단 역시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변화가 적잖았다. 기본적으로 박주호와 윤석영 등 유럽파의 합류는 예상됐으나, 베테랑 곽태휘의 호출은 꽤 의외였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자극’을 염두했다. 홍 감독은 먼저 “곽태휘는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때 주장 역할을 소화하면서 큰 공헌을 했다. 팀과 수비진의 리더로서 많은 역할을 했다”는 말로 존중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은 손흥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 감독은 “(지난 과정을 감안할 때)곽태휘 역시 직접 보고 판단해야하는 선수다.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존중해야할 부분이 있는 선수”라는 말을 덧붙였다. 특별한 설명 없어도 손흥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의 말 속 가시는 지난 8월 페루전에서도 보였다. 대상은 이근호였다. 동아시안컵에 뽑지 않았던 이근호를 발탁하며 홍 감독은 곽태휘의 경우와 비슷하게 “최종예선을 비롯해 A매치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이쯤이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때”라는 말로서 역시 자신의 눈으로 검증을 거치겠다는 의도
언뜻 들으면, 선수 입장에서는 아플 수 있는 차가운 발언이다. 지금까지의 공은 인정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잣대에도 통과해야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의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보다는 앞으로를 위해 지금을 보여줘야한다는 냉정한 독려의 채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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