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동아시안컵과 페루전으로 이어진 홍명보호의 초반 항해는 지켜보는 이들에게 ‘답답함’을 주었다. 답답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골이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독한 골 가뭄은 어떤 방법으로도 해갈되지 않았다. 동아시안컵 대비 5명의 공격수를 새로 발탁했고, 그 5명을 번갈아 모두 투입시켰으나 페루전 역시 누구도 답을 주지 못했다.
4경기 1골. 초라한 기록이다. 골을 넣지 못하면 결국 이길 수 없는 스포츠가 축구다. 홍명보 감독이 아직 마수걸이 승리 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다. 어지간하면 나쁜 소리를 듣지 않는 흔치 않은 대한민국의 축구인 홍명보 감독도 탐탁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마냥 비난을 받을 상황은 아니다. 얻은 것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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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은 답답했으나 수비력은 준수했다. 그 중심에 센터백 홍정호가 있었다. 대들보를 찾은 느낌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안정된 수비는 답답함 속에서 거둔 위안이기도 하다. 실상, 결정력 부재와 수비불안은 대한민국 축구의 ‘양대 난제’와 같은 것이었다. 그 어려운 문제를 잘 풀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축구사가 자랑하는 대형 수비수 출신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 영향을 간과할 수 없고, 홍명보 감독의 대를 이을 차세대 대형 수비수인 홍정호의 공도 적잖다.
답답함 속에서 든든함을 준 수비라인의 핵은 홍정호였다. 홍명보 감독의 애제자이기도 한 홍정호는 동아시안컵 1, 3차전과 페루전까지 3경기를 소화했다. 호평이 잇따랐던 수비진의 핵이자 대들보였다.
수비력이라는 것인 혼자서만 잘한다고 도드라질 수 없는 것이지만, 홍정호는 도드라졌다. 악착같던 맨마킹, 정확한 위치선정과 가공할 점프력으로 장악했던 제공권 등 개인플레이는 왜 홍정호 앞에 ‘대형 수비수’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설명했다. 홀로 잘했던 것도 아니다. 수비라인의 리더 몫도 톡톡히 했다.
홍정호는 페루전에서 황석호 김민우 이용과 함께 포백라인을 형성했다. 동아시안컵 2경기에서 짝꿍 김영권을 비롯해 왼쪽의 김진수, 오른쪽의 김창수와 호흡을 맞췄던 것과는 전혀 다른 조합이었다. 황석호 김민우 이용은 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 장현수와 함께 나섰던 라인인데, 전체적으로 졸전이었던 경기 내용과 함께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홍정호와 함께 나선 페루전의 평가는 달랐다. 안정적이었다.
리더의 몫은 그만큼 컸다. 홍명보 감독이 소속팀 일정 탓에 차출하지 못한 김영권의 대체자를 부르지 않았던 것은 홍정호가 축이 된 다른 조합의 힘을 보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홍정호의 리딩 능력도 재차 확인했고, 이용 김민우 황석호 등 다른 선수들의 경쟁력도 보았다.
부상 때문에 2012년을 통으로 버렸던 홍정호다.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제주 소속으로 필드에 복귀한 것이 올해 5월이다. 지
골 가뭄에 답답해하던 축구팬들을 위로한 수비라인의 중심에 홍정호가 있었다. 아직 마땅한 칼과 창을 찾지는 못했으나 대들보는 찾았다. 고무적인 일이다. 축이 든든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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