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요즘 공격수들을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자신의 ‘우선순위’ 역할이 무엇인지 착각하는 것 같다. 연계 플레이도 좋고,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공격수는 골을 넣는 것이 주된 임무다.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슈팅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수 출신의 K리그 클래식 감독의 말이다. 최근 A매치에서 후배들이 도통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안타까운 심경을 담아 충고를 전한 것이다. 간단한 조언이다. 공격수는 골을 넣는 것에 집중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 과감한 슈팅은 필수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매듭짓기 위한 시도가 없다면 의미 없다는 명료한 이야기였다.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고 했다. 슈팅이 없는 골은 없다. 공격수들의 과감한 슈팅이 요구되는 때다. 골 가뭄을 해결하기 위한 궁극의 미션은 슈팅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과 견줘 수비라인과 허리 진영은 대부분 멤버를 유지했다. 12일 기자들과 만난 홍 감독은 “주어진 48시간동안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수비와 허리는 연속성을 둔 것”이라는 말로 동아시안컵의 기본 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결국 변화는 전방이고, 이는 탐탁지 않았던 동아시안컵에서의 골 결정력과 맞물린 변화다.
실제로 홍명보호에 탑승한 새 얼굴 6명 중 이근호 조동건 임상협 백성동 조찬호 등 5명이 공격수다. 나머지 1명은 골키퍼 김승규다. 결국 새로 발탁된 공격수들이 얼마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이번 페루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역시 약속된, 완성된 전술적 플레이를 도모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원톱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슈팅 기회를 만든다’는 기본적인 지향점 속에서 개개인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와 맞물려 내릴 수 있는 주문은, 공격수들의 좀 더 과감한 슈팅이다. 지난 동아시안컵을 분석해본다.
동아시안컵 3경기 동안 한국 대표팀은 단 1골을 넣었다. 골가뭄이었다. 호주와의 1차전은 그래도 활기찼다. 모두 21번의 슈팅이 나왔다. 보는 맛은 있었다. 하지만 2차전부터는 그 맛도 떨어졌다. 중국과의 2차전에서 홍명보호는 총 10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호주전과 견줘 절반으로 줄었으니 똑같은 0-0이었음에도 온도차가 있었던 이유다. 마지막 한일전은 하나 더 줄었다. 총 9회 슈팅에 그쳤다.
선수 개개인으로 봤을 때 가장 많이 슈팅을 시도한 선수는 윤일록이었다. 3경기 합쳐 8회의 슈팅을 날렸다. 두 번째로 높은 빈도는 호주전과 일본전에 전방에 배치된 김동섭으로 총 6회를 기록했다. 그 다음이 5회의 이승기였고, 고요한과 염기훈 그리고 서동현이 각각 3회씩 슈팅했다. 결과적으로 가장 많이 시도했던 윤일록의 발에서 유일한 골이 나왔다. 그리고 이승기나 고요한 등 노력했던 이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원샷 원킬’의 고감도 결정력을 지녔다면야 상관없겠으나 그 정도의 ‘킬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격수들에게 현실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주문은 ‘과감한 시도’다. 앞선 K리그 지도자의 말처럼, 공격수의 기본 임무는 골을 넣는 것이다. 자신이 없어서인지 보다 완벽한 찬스를 만들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고 했다. 만드는 과정이 제법 괜찮다는 것은 많이 확인했다. 이젠 매조지가 필요하다. 골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일단 과감하게 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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