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페넌트레이스는 길다. 슬럼프는 있기 마련이다.”
LG 트윈스 선수들이 올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 말이다. 특히 마무리 봉중근과 불펜 특급 정현욱이 입을 모아 강조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내가 아니어도 다른 동료가 슬럼프를 채워 줄 것이다”라고 했다.
LG는 베테랑 포수 두 명이 부상을 당했고, 정현욱이 부진을 겪었다. 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신예들도 후반기 주춤했다. 특히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가 2군으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그런데, LG는 2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단독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의 격차마저 2경기로 좁혀 1위까지 노리고 있다.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LG 이동현이 8회초 무사 만루 위기 롯데 전준우를 병살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지난 9일 롯데전은 LG의 위기였다. 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넥센전 3연패를 당한 뒤 33일 만에 연패 위기에 몰렸다. 전날 한 점차 접전 끝에 패배를 당한 여파도 있었다. 2회 1-2로 역전을 당했다.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4회 5-2로 재역전에 성공하더니 7-2로 경기를 끝냈다. 연패는 없었다.
이날 결정적 활약을 한 두 선수는 백업 포수에서 주전으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윤요섭과 불펜 이동현이었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이 한 수를 둔 ‘빅뱅’ 이병규(7번)였다.
타율 1할대의 윤요섭은 4회 재역전 2타점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앞선 타석에서 병살로 찬물을 끼얹었지만,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윤요섭은 최근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승부처마다 한 방을 터뜨리고 있다. 부상으로 빠진 현재윤과 최경철의 공백 걱정을 덜었다.
선발 레다메스 리즈에 이어 구원투수로 오른 유원상과 류택현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동현은 6-2로 앞선 8회초 무사 만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무려 40개의 공을 던진 이동현의 긴급 투입이었다. 상대는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전준우. 이동현은 단 공 3개로 투수 앞 병살타를 유도해 환호성을 질렀다. 정현욱이 슬럼프에 빠진 사이 불펜 특급으로서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다. 이동현은 "체력은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던질 수 있을 때까지 던지고 그때 안 되면 다른 선수가 던지면 되지 않는가"라며 동료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날 숨은 MVP도 있었다. 롯데 선발 고원준에 강했던 이병규(7번)의 선발 투입이었다. 4번타자 정의윤을 뺀 김 감독의 한 수였다. 이병규는 2타수 1안타 1득점 2볼넷으로 롯데 마운드를 괴롭혔다.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것. 정의윤 대신 4번으로 자리를 옮긴 정성훈도 2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2볼넷으로 확실한 효과를 냈다.
LG가 돌아가며 존재감을 뿜을 수 있는 것은 베테랑들의 흔들림 없는 활약 때문이기도 하다. 주장 이병규(9번)와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등이 매서운 방망이를 들고 있고, ‘수호신’ 봉중근이 뒷문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LG의 빈틈이 쉽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류제국-우규민-신정락-신재웅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 4인방의 활약도 눈부시다. 주키치의 공백조차 느끼기 힘들 정도다. 김 감독이 “2군에서 올리고 싶은 선수가 있어도 내릴 선수가 없다”며 행복한 하소연을 하고 있으니 LG의
LG는 10일 잠실 주말 두산 2연전을 치른다. 시즌 상대 전적에서 넥센(4승7패)에 이어 5승6패로 밀린 유이한 팀이다. LG 류제국과 두산 유희관이 선발로 맞붙는다. ‘느림의 미학’을 학습한 LG에서 또 누가 ‘미친 존재감’을 발휘할까. 기대감을 갖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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