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7일, FA컵 8강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온도는 38도까지 치솟았다. 폭염이었다. 전북의 구단 관계자는 “운동장 잔디에 온도계를 꽂아놓고 실험해 봤다. 선풍기를 돌려도 37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더라”는 말로 혀를 내둘렀다.
전국 대부분이 그랬으나 당시 전주는 너무도 뜨거웠다. 그 뜨거운 날씨 속에서 전북 선수들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무려 7골을 뽑아내면서 FA컵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상대 수원FC가 K리그 챌린지 팀이라고는 하지만 32강에서 대구FC를, 16강에서 전남드래곤즈 등 클래식 팀들을 제압하고 8강에 올랐으니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대학교 팀과 붙어도 5골 이상은 쉽지 않다. 7골은, 과연 ‘닥공’이었다.
![]() |
날씨가 더워지면서 전북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날씨인데 외려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에서 쌓은 내공이 효과를 보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38도쯤 되는 폭염을 이겨낼 장사가 어디 있겠냐 마는, 확실히 전북 선수들은 ‘더위’에 적응이 된 모습이다. 알게 모르게 ‘더위’에 내공이 쌓인 덕분인데, 이는 다른 팀들에 비해 ‘특별한’ 동계전지훈련지에서 어느 정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난 3년간 전북은 지구 반대편 브라질로 날아가 동계훈련을 실시했다. 비행시간이 고되기는 하지만 도착만하면 음식이며 훈련 파트너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상 괌이나 일본 등 다른 팀들이 많이 찾는 동계훈련지에 비해 기온이 높기는 하다. 한국과 정반대일 때라 브라질은 한여름이다.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들이 제법 많다. 당장은 힘들고 불편하지만, 결국 이때의 땀이 한 시즌을 관통하는 체력에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전북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브라질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의 훈련을 통해 선수들 체력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평범한 날씨 때는 잘 모르는데, 푹푹 찌는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차별성이 나타나는 것 같다”는 말로 ‘더위에 강한 전북’을 설명했다.
실제로 전북은 최근 9경기에서 7승1무1패의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탄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최강희 감독 복귀 후 달라진 팀 분위기가 상승세의 주원인이겠으나, 다른 팀들에 비해 더위에 강하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10일 울산과의 정규리그 22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는 전북은 이번에도 더위와 먼저 싸웠다. FA컵이 끝난 바로 다음날인 8일 오전 울산으로 이동한 전북은 끔찍한 뉴스에 화들짝 놀랐다. 8일 울산지역 기온이 40도였다. 기록적인 폭염이었다. 통상적으로 경기 하루 전날 원정지로 이동하는 것과 달리 하루 먼저 더위를 찾아 떠난 셈이다.
정규리그 3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에게 2위 울산과의 22라운드는 너무도 중요한 고비다. 때문에 하루 일찍 울산에 당도한 것은 일찌감치 전의를 다진다는 이유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미리 폭염에
그야말로 이열치열이다. 많은 팀들이 더위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전북은 더위를 벗 삼아 조금씩조금씩 순위표 상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브라질에서의 3년 투자가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한여름의 전북이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