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했던 ‘윤성효 부적’, 서울의 많은 것을 빼앗다

[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이쯤이면 다시 ‘윤성효 부적’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팀은 바뀌었으나 윤성효 감독의 대 서울전 마법은 유효했다.
윤성효 감독이 이끄는 부산아이파크가 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13 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후반 파그너의 선제골과 박종우의 PK 추가골을 합쳐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윤성효 감독이 또 서울을 울린 셈이다.

윤성효 부적이 다시 영향력을 발휘했다. 부산아이파크가 FC서울을 잡고 FA컵 4강에 진출했다. 사진(상암)= 김재현 기자

최용수 감독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윤성효 징크스에 대한 부담을 덜었던 상황이다. 지난 6월 정규리그 14라운드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윤성효 악몽’을 벗어나는듯했다. 사석에서 호형호제 할 정도로 가까운 윤성효 감독과 최용수 감독의 악연은 거기서 어느 정도 끝나는듯했다. 하지만 아직 유효했다.
경기를 앞두고도 윤성효 감독은 “일부러 서울과 수원의 경기를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나흘 전 열린 슈퍼매치를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괜히 헷갈릴까봐”라는 것이 이유였는데, 어쩌면 그만큼 서울과 최용수 감독의 패턴을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결국 윤성효 감독의 자신감은 통했다.
토너먼트에 대한 부담감, 무더운 날씨에 대한 집중력 결여 등으로 좀처럼 날카로운 경기를 풀지 못한 양팀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20분까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서 최용수 감독은 큰 투자를 했다. 체력안배를 위해 아꼈던 고요한과 하대성을 모두 투입하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외려 골은 부산에서 나왔다.
후반 23분, 파그너가 왼쪽에서 길게 넘어온 크로스를 정확하게 트래핑한 뒤 김치우를 따돌리고 과감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실점 후 최용수 감독은 곧바로 또 다른 카드 윤일록까지 넣었다. 어떻게든 만회골을 넣겠다는 공격적인 변화였는데, 또 꼬였다.
후반 27분, 한지호의 단독드리블을 막는 과정에서 김치우가 파울을 범했고 PK가 선언됐다. 김치우는 레드카드를 받고 필드 밖으로 나갔고, 부산은 박종우가 PK를 성공시키면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2골 차이는 적잖은 부담이었다.
이후 전체적으로 서울이 공격을 주도했으나 1명이 더 많은 상황에서 수비벽을 두텁게 세운 부산을 뚫어내지 못했다. 종료직전 문전 혼전 중에 주장 하대성이 1골을 만회했으나 승부 자체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2-1, 부산의 승리로 마감됐다.
정규리그에서 빠듯한 행보를 걷고 있는 부산으로서는 FA컵 4강이라는 귀중한 전리품을 챙겼다. 이 상승세는 분명 정규리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반면 서울은 아픈 패배를 당했다. 최근 5연승의 상승세가 깨졌고, ACL과 정규리그에 이어 적잖은 비중으로 도전했던 FA컵에서 중도하차하는 상실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아끼려했던 주전들을 모두 투입하고서도 패했으니 손실이 적잖다.
결국 ‘윤성효 부적’이 또 서울을 괴롭힌 셈이 됐다. 잘 나가던 FC서울과 최용수 감독이 다시 징크스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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