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얼마나 기다리던 한 방이었던가. LG 포수 윤요섭이 드디어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렸다. 가을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연 결정적 한 방이었다. 공격형 포수의 귀환이다.
윤요섭은 지난 4일 잠실 삼성전에서 시즌 1호포를 쏘아올렸다. 7-6으로 쫓긴 8회말 터진 쐐기 투런포로 1, 2위간의 숨막히는 명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윤요섭은 4-3으로 앞서던 6회말 2타점 적시타를 때리는 등 순도 높은 4타점을 쓸어담았다.
LG 트윈스 포수 윤요섭이 공격형 포수로 돌아왔다. 윤요섭은 지난 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8회말 승부의 쐐기를 박는 투런포로 귀환을 알렸다. 사진=김영구 기자 |
윤요섭은 공격형 포수다. 타격이 강점이다. 본인은 오죽 답답했을까. 팀 내에서도 윤요섭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배려했다. 김기태 LG 감독은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다.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타격 관련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일체 타격 부진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윤요섭도 조급해 하지 않았다. 독을 품고 기다렸다. 그는 “다들 잘할 때 나도 잘하면 의미없이 묻힌다. 남들이 못할 때 한 방을 터뜨려야 확 뜨는 것 아니겠냐”며 농을 던지며 때를 기다렸다.
윤요섭은 말 그대로 절실할 때 화끈하게 터뜨렸다. 이날 경기 전 만난 윤요섭은 “잘하라”는 격려에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그 결과는 홈런이었다. 동료들도 모두 더그아웃 밖으로 나와 도열해 윤요섭의 한풀이 홈런 세리머니를 맞았다.
윤요섭은 “홈런이 넘어가는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며 “(이)병규 형, (박)용택이 형, (이)진영이 형 등 선배들이 힘을 줬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자신의 기쁨보다 동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먼저 전했다. 그동안 타격 부진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깊게 배어 있었다.
사실 윤요섭은 올 시즌 그 누구보다 홈런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달 15일 3.65kg의 건강한 첫째 아들도 얻었다. 태명이 ‘홈런이’였다. 윤요섭은 “홈런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이상하게 몸이 쑤시고 아프고 잘 풀리지 않았다.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더라. 그런데 신기하게도 태어나자마자 아픈 곳이 하나도 없이 사라졌다”며 웃었다.
아들의 이름은 태명 ‘홈런이’에서 ‘마린’으로 바뀌
LG는 삼성과 격차를 3경기로 유지하며 후반기 선두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김용의와 문선재가 침묵한 사이 윤요섭이 절묘한 타이밍에 터졌다. 이젠 윤요섭 차례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