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는 올 시즌 최강 마운드를 자랑한다. 삼성 라이온즈를 뛰어넘는 철옹성이다. 그런데 마운드를 향한 김기태 LG 감독의 마음이 애잔하다.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69로 전체 1위다. 삼성(2위, 3.73)과 함께 3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의 환상적인 조화 덕분.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토종 선발과 마무리 봉중근의 든든한 투구는 LG를 상위권에 유지시킨 힘이다.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이 지난 2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마무리 투수 봉중근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지난달 2군으로 내려간 투수 임찬규를 향한 마음도 그랬다. 임찬규는 지난달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42⅓이닝을 소화하며 롱릴리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김 감독을 포함해 차명석 투수코치, 선수들까지 나서 임찬규의 첫 2군행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김 감독은 “못해서 내려간 게 아니다. 열흘 정도의 휴식 차원”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임찬규는 2군서 대기 중이다. 지난 휴식기 때 임찬규가 김 감독을 깜짝 방문했다.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은 것. 김 감독은 “지금 내려갈 투수가 없다. 미안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라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LG의 마운드는 그만큼 빈틈이 없다. ‘퇴출설’까지 나왔던 외국인선수 벤자민 주키치의 공백도 신재웅이 채우면서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다 잘하고 있어서 현재 투수 로테이션을 바꿀 마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팀 내 최다승(9승)을 거둔 선발 우규민의 활약은 말 그대로 흙 속에서 발견한 진주였다. 지난 2일 잠실 삼성전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인 우규민은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고 있다. 김 감독은 “컨트롤이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또 우규민을 만든 차 투수코치와 강상수 불펜코치에게도 “정말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의 믿음은 LG의 ‘수호신’ 봉중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최근 두 차례나 이례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모두 “부담을 갖지 마라”는 봉중근을 격려하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이었다.
김 감독은 봉중근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마무리 봉중근이 상황에 따라 8회 등판을 하는 경기가 잦기 때문. 김 감독은 “부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투구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봉중근은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
LG의 마운드가 올 시즌 유독 강해진 이유는 바로 이런 끈끈한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선수들이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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