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농구팬들이 폭발했다. 중국을 이긴 감격이 아닌 역사적 명승부를 생중계로 보지 못한 불만 때문이다.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6년 만에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한국 선수들은 마치 우승을 이뤄낸 것처럼 코트로 뛰어나와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대회 첫 날부터 대이변을 만들어낸 역사적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 본 농구팬은 해외 방송 사이트에 정통한 극소수에 불과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지난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1차 예선 조별리그 중국과의 경기에서 63-59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 터줏대감 김주성이 15득점으로 이젠롄(중국)과 맞서며 맹활약했고, 조성민(12점)과 양동근(11점), 김선형(9점) 등 단신 가드들이 평균 신장 202cm의 만리장성을 넘었다. 한국은 열악한 지원과 신장의 절대적 열세에도 포기하지 않는 ‘벌떼’ 농구로 중국을 제압했다.
그러나 승부처마다 폭발한 김주성의 득점력도 결정적 순간 정확하게 림을 통과한 조성민과 양동근의 100% 자유투도, 이승준과 김선형의 화끈한 덩크도 생중계로 볼 수 없었다. 이날 경기가 생중계가 아닌 녹화 중계로 편성되어 있었기 때문. 일부 농구팬들은 중국 방송 사이트에 접속해 중국전을 중국 해설진의 설명을 들으며 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농구팬들이 제대로 뿔이 날만 했다. 언론에서는 16년 만에 중국을 잡았다고 떠들었지만, 정작 그런 명승부를 생중계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농구팬은 모두가 놀란 중국전 승리를 빗대 “어떤 방송사도 중국전을 생중계 하지 않은 것이 더 깜짝 놀랄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 결과가 모두 공개 된 김 빠진 녹화 중계도 문제가 있었다. SBS ESPN에서 경기 종료 약 3시간 뒤인 오후 11시30분에 녹화 중계를 했지만, 이마저도 1쿼터를 편집한 뒤 2쿼터부터 보여줘 팬들의 원성을 샀다. 온전한 경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다음날 새벽 5시30분과 오전 10시에나 가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구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농구 팬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런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는 것이 정말 아쉽다’, ‘중계가 없어 중국인이 해설하는 방송을 인터넷으로 봐야 하나? 한국인이 해설하는 경기를 보고 싶다’, ‘적어도 국가대표 경기는 해줘야 하는 것 아
한국은 2일 오후 6시45분 강력한 우승후보 이란과 조별 예선 2차전을 갖는다. 역시 생중계는 편성되어 있지 않다. 한 농구팬은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야구 경기가 취소돼 생중계로 농구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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