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열악한 지원과 높이의 한계. 이란과 중국 등 ‘죽음의 조’에 편성된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낮았다. 게다가 첫 상대는 중국. 한국은 이 대회에서 15년 동안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이 대회 첫 날부터 대형 사고를 쳤다. 한국은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63-59로 이겼다. 경기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짜릿한 승리였다. 한국은 지난 1997년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전 이후 16년 만에 중국을 꺾는 값진 성과도 거뒀다.
이날 승리는 신구의 완벽한 조합이었다. 대표팀 베테랑 김주성은 15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자유투 100%를 올린 조성민과 양동근도 각각 12, 11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이 있었다. 중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플래시’ 김선형이었다. 김선형은 2쿼터 중국을 깜짝 놀라게 만든 덩크를 꽂는 등 9점을 보탰다.
김주성은 이번 대표팀을 고사할 정도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유재학 감독은 경험이 없는 후배들의 본보기를 위해 김주성을 잡았다. 김주성은 본격적으로 몸을 만든 뒤 대회에 나섰다.
이날 경기서 김주성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경기 초반 공격적인 플레이로 중국에 대등하게 맞서는 발판을 마련했고, 4쿼터 중국의 이젠롄에게 원맨쇼를 허용하며 48-50으로 역전을 당하자 연속 6득점을 쓸어담으며 다시 흐름을 가져오는 맏형다운 역할을 해냈다. 종료 1분17초 전 김주성의 가로채기는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은 결정적 장면이었다.
김선형도 국내 프로농구에서 활약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국제 무대에서도 김선형의 폭발적인 스피드는 통했다. 김선형은 2쿼터 속공으로 중국의 높이를 잠재웠다. 22-25로 뒤진 2쿼터 중반 가로채기에 성공한 김선형은 엄청난 스피드로
한국은 이날 승리로 1차 예선 조별리그에서 최소 2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한국은 2일 오후 6시45분 우승후보 이란과 2차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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