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빅딜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결국 구단들의 선택은 안전이었다. 프로야구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7월 31일, 1건의 트레이드도 일어나지 않았다. 충격적인 주요 선수들의 이동이나, 즉시전력감 선수와 유망주의 교환, 외국인 선수의 맞교환 등 어떤 종류의 트레이드도 이뤄지지 않고 0건에 그쳤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빅딜 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소문이 무성했던 외국인 선수 트레이드 블록에 이름을 올렸던 데니 바티스타(한화, 좌)와 아담 윌크(NC, 우)도 후반기 원 소속팀에서 계속 뛰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트레이드는 금단의 영역이자 금기의 이름이었다. 구단이 주체가 아닌 대기업이 ‘갑’인 구조적 문제와 단일리그서 트레이드 된 선수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두려워하는 경직된 사고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거기에 올해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보유한 신생팀 NC의 특수성과 기존 구단의 견제, 흥미를 끌만한 카드가 블록에 오르지 않은 등의 이유가 복잡적으로 겹쳐 결국 1건의 트레이드도 성사되지 않았다.
특히 관심이 집중됐던 외국인 선수의 이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감일 전 웨이버 공시를 했던 KIA와 삼성이 대체 용병을 발표한데다, 각 구단의 감독들이 트레이드 시장에서 발을 뺐거나 관심이 없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이 예견됐다.
결국 위험부담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제일주의가 필요에 앞섰다. 대기업의 후원에 의존하는 한국의 프로야구 구단 운영의 특수성도 여기에 한 몫을 한다.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에 ‘손해보는 장사’를 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안전주의 전략이 팽배한 것이다.
재계 라이벌이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도 경직된 트레이드의 이유다. 선수가 필요한 내부적인 사정보다 외부환경이 더 많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프런트의 최종 결정을 가진 이들의 전문성과 지속성은 부족하다. 그룹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는 몇 년간 머물 장소에서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하기 마련이다. 구단주, 단장, 단장 보좌역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트레이드 마감일에 빅딜을 쏟아내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사례와는 한국은 많이 다르다.
올해는 특히 외국인 투수 아담 윌크(NC)와 데니 바티스타(한화) 등이 공식적인 트레이드 명단에 이름을 올려 ‘빅딜’이 예고됐다. 물밑과 수면위에서 움직임도 포착됐다. 하지만 현실적이고 낯부끄러운 사정이 발목을 잡았다.
기본적으로 트레이드는 내밀한 속사정과 관련이 있지만 카드가 맞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무산의 이유. 이들의 트레이드 무산도 이런 영향이 컸다. 거기에 아담의 경우에는 특혜를 준 3명의 외국인 보유 한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일어난 이유도 있었다. 거기에는 기존 구단들의 견제도 크게 작용했다. 김경문 감독은 30일 ‘아담의 트레이드 철회’로 선회하면서 외부적인 입김이 결정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신생팀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구단의 이미지와 나머지 8개 구단의 의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에 NC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일이었다.
바티스타의 경우에는 수요가 없었다. 바티스타가 올해 구속이 떨어지는 ‘데드암’ 증상을 노출한데다 선발과 구원 투수 양쪽 보직 모두에서 확실한 안정감을 주지 못한 것이 타 구단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또한 한화가 원하는 트레이드 대상이 유망주로 명확한 이유도 있었다. 유망주 출혈을 꺼리는 최근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총 3차례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4월 18일 넥센이 내야수 지석훈 이창섭, 외야수 박정준을 내주고 NC에게 투수 송신영과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트레이드는 한국 야구 환경에서는 결국 요원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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