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필드 플레이어들만으로는 배우 충당이 힘들었다. 이제는 골키퍼까지 ‘서울극장’에 상영될 영화에 투입됐다. 내용이 바뀌자 주연 배우도 달라졌다.
FC서울이 7월의 마지막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경기에서 1-0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중요한 승점 3점을 챙겼다. 극적인 승리였다. 아디가 골을 넣은 것은 후반 24분이었으니 1-0이라는 스코어와 결부 지으면 ‘짜릿한’ 혹은 ‘극적인’이란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어떤 경기보다 극적이었다.
FC서울이 만드는 ‘서울극장’ 상영작의 내용이 다양해졌다. 이제는 골키퍼가 주연배우로 나섰다. 누구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FC서울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승점 3점이 승점 1점으로 둔갑할 수 있던 찰나, 몸을 던진 김용대의 손이 페드로의 슈팅을 정확하게 막아내면서 종료 휘슬이 울렸다. 김용대는 영화 플래툰의 포스터처럼 무릎을 꿇은 채 두 팔을 들어 불끈 쥐었고, 서울은 1-0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지금껏 ‘서울극장’에 상영됐던 영화들의 내용과는 달랐다. 지고 있다가 종료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거나, 비기고 있다가 버저비터 결승골을 터뜨렸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기고 있던 경기가 물거품 될 수 있던 상황에서 지켜낸 내용이다. 결말은 어쨌든 해피엔딩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후 “서울극장이 이런 식으로 스토리가 이어질지 몰랐다”며 덧없는 웃음을 보였다. 필드 플레이어들로는 부족했는지, 이제는 김용대 골키퍼가 주연이 됐으니 웃음이 나올 일이다.
수훈갑은 당연히 김용대였다. 비단 PK를 막아낸 것뿐만이 아니라 경기 중 여러 차례 선방으로 귀중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전반기에 다소 부진했던 김용대로서는 FC서울의 No.1 골키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자신감을 되찾는 중요한 승부처였다.
경기 후 수훈선수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나섰던 김용대는 “유난히 공이 잘 보였다”고 밝게 웃었다. 이후 “휴식기 동안 잘 준비했다. 우리 팀의 공격력은 워낙 좋기에 내가 골을 먹지 않으면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다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는 말로 달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팀도 나도 잘했기 때문에 낯선 경험이었다. 올 시즌 초반 자꾸 흔들렸을 땐 마음이 무거웠던 게 사실이다.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했다. 이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면 내 손해를 떠나 팀의 손해이기 때문에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주전이 아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날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 내가 부족하면 언제든지 벤치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더욱 집중해야한다고 다짐했다”는 말로 그간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오랜만에 주인공이 됐으나 김용대는 “막아내기는 했으나 다시는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아야한다. 정말 PK가 선언됐을 때의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다”는 말로 더 이상의 ‘주연’은 사양했다.
모두들 영화가 끝나고는 고개를 흔들지만, 주연을 바꿔가면서 상영작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극장’이 FC서울 뒷심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필드플레이어부터 골키퍼까지, 모두가 주인공인 FC서울이다.
전반기 그렇게 흔들렸던 FC서울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런 배경에 ‘서울극장’ 속 극적인 스토리들이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위기를 넘기며 더 끈끈해졌다. FC서울의 시즌은 이제 본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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