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후반기 첫 경기서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바로 ‘신뢰야구’의 선수 기용의 실마리다.
한화는 2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서 4-5로 패했다. 롯데를 상대로만 여섯 번째 1점차 패배를 당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경기 내용 측면에서는 확연한 변화가 있었다. 특히 전반기와 전혀 다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선수 기용, 선수들의 실책과 부진한 경기력을 즉각 반영하지 않는 교체가 눈길을 끌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후반기 달라진 선수기용 방식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한화는 올 시즌 선발 투수가 부진할 경우 이른 교체를 단행, 이날 전까지 선발 투수가 리그 최소에 해당하는 346⅔이닝을 소화했다. 이 때문에 5회부터 다소 난조를 보였던 이브랜드가 교체 되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기도 했다. 특히 이브랜드는 7회 선두타자 정훈에게 우중간 3루타를 맞은 이후 이승화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투구수 100개를 훌쩍 넘겼다.
교체 투수 김광수가 탄 불펜카가 1루쪽으로 향하고 있고, 정민철 투수코치가 올라오면서 교체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브랜드가 마운드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시, 정 코치는 벤치에 'OK' 사인을 보낸 끝에, 그를 그대로 남겨두고 내려오며 교체를 번복했다. 올 시즌 선수의 강행 의지가 벤치에 반영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의외의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이 번복은 독이 됐다. 조성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이브랜드는 손아섭에게 1타점 중전안타를 맞고 5실점째를 했다. 믿음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한화 벤치는 힘이 떨어진 이브랜드의 의사를 존중, 그대로 밀어붙이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상반기 난조 시 조기강판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이브랜드의 전례나, 기존 조기 강판 사례와 비교하면 극히 이례적인 내용이었다.
변화는 야수진의 교체서도 드러났다. 이날 정범모는 7회 쐐기점의 빌미가 되는 폭투를 범한 것을 비롯해 5회 무사 1루 상황 공격의 맥을 끊는 어이없는 초구 공략 2루수 뜬공 및 타석에서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부진했다. 전반기 교체 역사를 감안하면 7회 아쉬운 수비 만으로도 벌써 교체가 되고도 남았을 정도의 과실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범모는 의외로 경기 종료까지 마스크를 썼다. 특히 실책이 그날 경기는 물론, 다음날 선발 기용에서 곧바로 반영됐던 전반기 정말로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정범모를 고수한 것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간 경기력과 실책을 즉각 반영했던 선수교체와는 그야말로 딴판인 교체 결과였다.
특히 더욱 놀라웠던 부분은 경기 초반 잦은 번트와 작전 사용이었다. 이날 한화는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1회 무사 1루에서 이대수가 희생번트를 시도한 것과 2회 1사 1루에서 이학준이 번트를 시도한 것을 비롯해 경기 초반 적극적으로 작전을 걸었다.
전반기 5회 이전 작전 사용 빈도가 가장 적었음은 물론, 거의 없다시피했던 한화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변화였다. 5회 이학준이 다시 번트안타를 시도하는 등, 이날 한화는 적극적으로 번트를 이용하며 세밀한 야구를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
그간 고집스러울 정도로 강공을 고수했던 김응용 감독의 전략과는 그야말로 딴판인 경기 초반이었다. 특히 전통적으로 ‘빅볼’을 선호한 김 감독이 비록, 상대 에이스
전반기 한화는 최하위에 머무르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비록 1경기이기에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칭스태프 교체부터 달라진 전략까지, 후반기 ‘김응용 호’ 한화가 여러 변화의 조짐들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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