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K리그 30년 역사상 단 2명만이 밟아본 고지에 또 한 명의 이름이 추가되느냐 아니면 넘볼 수 없는 아성으로 남느냐의 중요한 기로다. 도전하는 자의 이름은 이동국이고, 넘고자 하는 산은 연속경기 득점행진이다.
이동국이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전과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경기에서 8경기 연속골 기록에 도전한다. 성공하면, 역대 타이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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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이 드디어 8경기 연속골 사냥에 나선다. 성공한다면 황선홍-김도훈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 ‘바통을 주려는 자’의 응원과 함께 ‘바통을 받아도 되는 자’가 도전에 나선다. 사진= MK스포츠 DB |
설마설마 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최근 가장 많은 연속경기 득점은 2008년 두두와 로브렉이 6경기까지 도전하다 실패했던 것이다. 국내 선수가 6경기까지 골을 터뜨렸던 것은 2003년 울산의 이천수까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야한다. 공격수가 골을 넣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2013년 여름 펼쳐지는 34살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도전은 충분히 아름답다. 이미 안정환(1999년/7경기 연속골)은 따라잡았다. 이제 한 걸음 남았다.
대한민국 대형 스트라이커의 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인물들만 남았다. 1968년생 황선홍과 1970년생 김도훈은 K리그와 국가대표팀을 넘나들며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수들이고, 이동국은 그들의 다음 세대라 불러도 무방할 스트라이커다. ‘골잡이 적통’의 계승이라는 의미에서도 흥미로운 기록 도전이다.
특히 황선홍과 이동국이라는 이름값에서 전해지는 인연 때문에 팬들의 관심을 더 키우고 있다. 두 선수 공히 커리어 내내 영욕이 함께 했던 대표적인 이들이다. 넣으면 꽃가루가 흩날리나 넣지 못하면 비수가 꽂이는 공격수의 비애를 누구보다 아프게 느꼈던 황선홍과 이동국이다. 그만큼 특별했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황선홍 감독이 이동국을 바라보는 감정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편애가 아니라 ‘인정’에서 나오는 수긍이다. 지난 6월, K리그 출범 30주년을 기념한 올스타전에서 역대 레전드 베스트11 공격수 부문 수상자로 뽑힌 황선홍 감독은 현역시절 자신과 견줄 수 있는 후배는 누구냐는 어려운 질문에 고민 없이 ‘이동국’이라고 답했다.
당시 황 감독은 “이동국 선수는 계속 K리그의 득점 역사를 쓰고 있는 선수”라면서 “최전방에서 분투하는 모습이 여전히 멋지다. 앞으로도 더욱 정진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전한 바 있다. 그때뿐이 아니라 황선홍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 다음은 누가 뭐래도 이동국이다. 아직도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는 이동국 정도”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전해왔다.
연속골의 경기가 점점 늘어나자 황선홍 감독은 진심으로 이동국의 기록경신을 응원하고 나섰다. 황 감독은 “앞으로는 더더욱 기록을 깨기 힘들 수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잘 살려야한다”는 말로 이동국이 지금 찬스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기록은 깨져야하는 것’이라는 지론과 함께 이제 바통을 넘겨주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충분하다.
이동국은 “기록은 연연하지 않는다. 내 개인 기록은 은퇴 후에나 살펴볼 발자취”라고 말하고 있으나 충분히 바통을 받아도 될 인물이다. 팀 성적은 뒷전이고 개인기록에나 연연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K리그 팬들은 모두 다 알고 있다. 153골, K리그 통산 최다골의 주인공인 이동국이 대상이라면, 바통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황선홍 감독도 김도훈 코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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