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우울하게 있지 말고 즐겨라.”
LG 주장 이병규(9번)가 지난 9일 잠실 NC전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최근 3연패에 빠진 뒤 침울해진 벤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1-1로 맞선 연장 10회말 극적으로 끝냈다. 끝내기의 주인공 이진영은 “경기 내내 즐기면서 하라는 주장의 말에 힘을 내서 끝내기를 칠 수 있었다”고 했다.
주장 이병규가 웃으면 LG가 이긴다. 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3 프로야구 NC와 LG의 경기에서 9연타석 안타의 주인공 이병규가 연장 10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이진영에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그리고 방망이로 모든 것을 말했다. 이병규는 부상을 털고 돌아와 4타수 4안타를 때려냈다. 무서운 집중력이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보여준 ‘미친 존재감’ 그 자체였다. 0-1로 뒤진 6회말 동점 적시타로 짜릿한 연장 10회말 끝내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병규는 이날 기록 두 개를 또 썼다. 프로야구 역대 네 번째로 1900안타를 달성했고, 9연타석 안타로 역대 최다 타이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병규는 경기를 마친 뒤에도 “개인 성적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병규의 야구 시계는 고장났다. 나이를 잊은 채 거꾸로 시간을 돌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병규는 올 시즌 41경기서 148타수 58안타 타율 3할9푼2리를 기록하고 있다. 타율이 점점 치솟아 꿈의 4할 타율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다.
팀이 위기에 빠진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더 젊어진다. 중심타선에서 가장 적은 경기수를 소화하면서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9타점을 기록하며 득점권 타율도 4할8푼9리로 5할대를 눈앞에 뒀다. 득점권 타율 역시 팀 내에서 4할이 넘는 선수는 이병규가 유일하다.
올 시즌 LG는 상승세를 타는 동안 새로운 승리 공식이 많았다. 시즌이 전반기 막판으로 흐르면서 하나씩 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깨지지 않는 기분 좋은 징크스가 있다. ‘적토마가 달리면 쌍둥이도 승리를 위해 뛴다.’ 이병규는 승패를 떠나 LG를 올 시즌 가장 드라마틱한
이병규는 두 가지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100경기 이상 치러진 시즌에서 단 한 명도 넘지 못한 꿈의 4할 타율과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향한 도전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신의 영역에 도전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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