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철옹성’ 마운드에도 위기가 찾아올까. 프로야구 평균자책점 1위 구단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짙다.
LG는 10연속 위닝시리즈 달성과 함께 38승28패로 단독 3위에 안착했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2.5경기차로 좁혔다. 하지만 아직 시즌의 반도 지나지 않았다. 6위 두산 베어스와도 4경기차밖에 나지 않는다.
LG에게 여름은 공포다. 올해 어떻게든 징크스를 벗어내야 가을로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7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여름나기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이유다. LG의 불펜은 베테랑이 주축이다. 나이는 많고 체력은 의지와 달리 떨어지기 마련. 66경기 동안 마운드를 단단히 구축한 LG는 어떤 해결책을 구상하고 있을까.
LG 마무리 봉중근이 지난달 30일 잠실 SK전서 천신만고 끝에 리드를 유지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LG의 투수 전담은 차명석 투수코치의 몫이다. 김기태 감독은 “난 보고를 받고 결정을 할 뿐이다. 차 코치님이 다 알아서 잘하고 계신다”고 절대적 신임을 한다. 투수 관리는 차 코치에게 전적으로 일임한다. 권한을 받은만큼 책임도 따른다. 그래서 부담도 크다. 김 감독이 코칭스태프에게 존칭을 써가며 존경의 표시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시즌 LG는 투수진에 대한 평가가 높다. A+ 성적표다. 팀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하며 9개 구단 가운데 1위에 올라있다. 선발과 불펜의 탄탄한 조화를 이뤘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렸던 LG의 마운드를 바로 세운 차 코치에 대한 평가도 A+를 충분히 받을만 하다.
그런데 차 코치는 요즘도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차 코치는 “아직도 밤에 잠을 잘 못 잔다”고 했다. 시즌은 길고 갈 길은 아직 멀기 때문이다. 차 코치는 후한 투수 평가에 대해서도 “운이 좋아서 그런 것 뿐”이라며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 끝나 봐야 안다”고 현 시점에서의 칭찬을 거부했다.
에이스의 귀환을 알린 LG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 차명석 투수코치의 시선은 어떨까. 사진=김영구 기자 |
예상하지 못했던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의 부진은 LG 선발의 불안요소였다. 지난 2년간 10승 ‘보증수표’였던 주키치는 올 시즌 내내 부진한 투구로 2군을 두 차례나 오갔다.
주키치가 힘겹게 그동안 부진을 씻었다. 지난달 30일 잠실 SK전 선발 등판서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4승(5패)을 챙기며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LG도 유일하게 남아있던 마운드 고민을 털어냈다.
사실 차명석 코치는 주키치의 부진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비시즌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 햄스트링 부상도 있었지만, 훈련 자세가 더 큰 문제였다. 차 코치는 “기본적인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지난 경기서 주키치는 다양한 구질로 SK 타선을 침묵시켰다. 구위도 많이 올라온 모습이었다. 하지만 차 코치의 평가는 전혀 달랐다. 차 코치는 “난 주키치의 구위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고 털어놨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곧바로 설명했다. 차 코치는 “구위가 아닌 야구를 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주키치는 스스로 2군을 자청했던 선수다. 절실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 마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차 코치는 주키치의 1군 복귀전서 절실한 진심을 느꼈을까. 차 코치는 주키치를 향해 “고맙다”고 짧은 한 마디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 “5선발 로테이션이 정상화된 것이 기분 좋은 일”이라며 그제야 웃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가 계투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지 못한 불펜 특급 정현욱을 교체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LG 마운드의 최대 강점은 철벽 불펜이다. 이상열-류택현-이동현-정현욱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조와 마무리 봉중근의 뒷문은 9개 구단 중 최정상급이다. 그런데 시즌 중반에 다다르면서 조금씩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완벽했던 불펜의 균열 조짐이다.
LG의 불펜은 베테랑들이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다. 아직은 젊은 선수보다 쌩쌩한 노익장으로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지만, 나이를 무시할 수 없다.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류택현(42)부터 가장 어린선수가 이동현(31)이다. 5명의 평균 우리나이는 36.2세다. 여름은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는 시기다. 그만큼 부상 위험도 높다.
차명석 코치도 “불펜에 노장이 많아 체력적인 부분이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LG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불펜이 쉴 수 있는 경기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접전 상황이었던 것. 차 코치는 “큰 점수차로 이기지 못하니까 불펜이 쉬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류택현, 정현욱, 이동현은 4일 쉬고 나와 3일 연속 던졌다.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LG는 당장 승리에 급급해 무작정 무리수를 두고 있지 않다. 한 경기 패배보다 부상이 더 큰 악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 차 코치는 철저한 계산에 의한 예상 스케줄을 고려하고 있다.
계산법은 이랬다. 차 코치는 “올스타전까지 14경기가 남았는데, 이제 장마 기간이다. 일주일 동안 6경기를 다하진 못할 것이다. 올스타 휴식기에도 쉴 수 있다. 올스타전 이후에도 6경기를 치른 뒤 다시 4일 휴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부하의 위험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간헐적 휴식기가 올스타전 전후 해결책인 셈이다. 차 코치는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해서 운용을 하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 주위에서 우려하는 것보다는 괜찮다”고 자신했다.
또 다른 믿는 구석도 있다. 2군에서 절치부심 1군행을 기다리는 투수 자원이 풍부하다. 유원상을 비롯해 정찬헌, 이형종, 최성훈 등이 1군 콜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누구를 언제 올릴지도 고민이다. 결국은 타이밍이다. 어쩌면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다.
차 코치는 “한 명을 올리려면 한 명을 내려야 한다. 누구를 내리겠나?”라고 반문한 뒤 “다 잘하고 있기 때문에 내릴 투수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불펜 과부하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걱정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은 버텨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차 코치는 지난 1일 휴식일을 맞아 모처럼 여유로운 오후를 보냈다. 오전 일처리를 마치고 자택 앞 카페에서 차 한 잔에 책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김봉국 저서의 ‘승자의 안목’이 들려있었다. 이 책에서 리더십은 타고난 성격이
차 코치는 “내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책을 보게 된다. 항상 배울 게 많다”고 했다. 차 코치는 이날 어떤 배움을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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