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악연인가, 천적인가.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SF 징크스’에 고전했다. 류현진도 불편한 라이벌전을 크게 의식했다. 승부가 조심스러웠다. 결과는 1실점이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7이닝까지 상대 선발 메디슨 범가너에 밀렸다. 하지만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범가너가 무너지며 류현진이 판정승을 거뒀다. 승패는 없었지만,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역투로 선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wn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이 7회초 2사 2루서 교체된 뒤 더그아웃에 앉아 손톱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한희재 특파원 |
샌프란시스코는 류현진이 첫 악연을 만든 팀이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4월3일 상대가 샌프란시스코였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선발투수 역시 범가너. 류현진은 7⅓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배짱 두둑한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팀이 0-3으로 완봉패를 당해 첫 패배를 안았다.
당시 범가너는 8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류현진을 상대로도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게다가 류현진은 범가너 타석을 앞두고 교체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또 프로 데뷔 이후 처음 타석에 들어서 내야땅볼을 친 뒤 1루로 전력질주를 하지 않아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전은 썩 기분이 좋지 않은 기억들이었다.
류현진은 6월 승운도 없었다. 세 차례 등판서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이어가면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해 지독한 시즌 6승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와의 라이벌 3연전 첫 경기 등판은 류현진에게 여러 가지 징크스를 깨기 위한 날이었다.
류현진은 첫 번째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했다. 1회말 야시엘 푸이그의 솔로포로 1-0으로 앞선 2회 동점을 허용한 첫 실점은 류현진에게 유독 강했던 ‘천적’ 헌터 펜스의 방망이로 시작됐다. 선두타자로 나선 펜스는 좌전안타를 뽑아낸 뒤 안드레스 토레스의 적시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펜스는 이날 류현진을 상대로 2타수 2안타를 기록하는 등 8타수 6안타(2루타 2개)로 압도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두 번째 맞상대인 범가너와의 징크스는 씻었다. 답답한 타선이 류현진을 돕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류현진은 범가너를 상대로 두 차례 삼진 처리했고, 류현진도 두 차례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류현진은 5회까지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위기관리 능력은 탁월했다. 위기에서도 불안하지 않은 믿음이 있었다. 3회 2사 만루, 5회 1사 만루 위기를 모두 실점 없이 막아냈다. 특히 5회 최대 위기에서도 브랜든 크로포드를 투수 앞 더블플레이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장면은 류현진의 진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6회 첫 삼자범퇴 처리하며 안정감을 찾은 류현진은 7회 불운이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강판시켰다. 6회 2사 후 버스터 포지를 평범한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했지만, 수비력이 좋은 푸이그가 펜스에 몸을 부딪히면서 공을 놓쳐 2루타로 연결됐다.
이 타구는 푸이그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이후 다시 2루타로 기록이 정정됐다. 흔하지 않은 기록 변경이었다. 류현진을 강판시킨 아쉬운 실책성 플레이였다. 류현진은 펜스 타석 앞에서 마운드를 로날드 밸리사리오에게 넘겼다. 천적을 넘지 못한 결과였다.
유일한 징크스 하나는 벗었다. 벨리사리오는 류현진 강판 이후 불을 지르며 악연을 이어갔던 구원투수. 하지만 이날은 류현진을 든든히 도왔다. 펜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류현진의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범가너는 다저스를 상대로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7회까지 4피안타(1홈런)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8회 2루타와 실책이 더해지며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고 강판됐다. 구원투수가 승계 주자를 모두 불러들여 3실점으로 늘었다.
1-1로 맞선 7회말 2사 1, 2루 찬스를 날린 다저스는
류현진은 또 샌프란시시코를 상대로 외롭게 마운드를 지킨 불운한 남자가 됐지만, 팀의 승리로 위로했다. 'SF 징크스'는 한 꺼풀밖에 벗겨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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