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화. '백전노장' 김응룡 감독을 영입하는 등 팀색깔 변화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냉정히 말해 모든 것이 후퇴한 시즌이다.
한화는 24일 현재 시즌 17승 1무 48패 승률 2할8푼3리로 9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신생팀인 8위 NC 다이노스에 6경기나 뒤져 있는 것은 자존심에 큰 상처다. 최근 6연패. 지난해 같은 시기 25승 1무 37패 승률 4할3리의 성적과 비교해서봐도 페이스가 크게 떨어진다. 53승77패3무 승률 4할8리로 시즌을 마감한 지난해와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것은 같지만 내용은 더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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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현재는 지난해에 비해서 후퇴한 시즌이다. 22일 잠실 두산전서 연장 패배를 당한 한화 선수단이 쓸쓸하게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한화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4.55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최하위였지만 팀 평균자책점 7위 LG 트윈스의 4.04와 비교해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2008년 4.43을 기록한 이후 5년내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이었다.
하지만 올해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5.84로 8위 두산(4.87)에 비해 0.97 뒤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한화의 구단 역사상 역대 가장 좋지 않던 팀 평균자책점은 2009년의 5.70으로, 만약 이 마운드를 유지한다면 역대 최약체 마운드의 오명을 피해갈 수 없다.
빠져나간 선발 투수들의 부재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즌 초부터 믿었던 김혁민, 유창식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선발 로테이션 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선발로테이션이 돌아가지 않고 있는 점은 불펜진에도 연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 대체 선발들도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연패에 빠지면서 한화 코칭스태프는 1승을 위한 ‘포스트시즌’ 식의 마운드를 운용했다. 현재도 바티스타-이브랜드-김혁민으로 이어지는 3선발까지만 고정된 상태다.
류현진과 박찬호의 공백이 크다. 류현진의 부재는 단순히 에이스가 없다는 사실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화를 상대하는 팀은 류현진을 피해 선발 로테이션을 짤 필요도 없이 전력을 쏟아붓게 됐다. 류현진 등판에 에이스 카드를 내기를 꺼렸던 지난해까지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또한 연패 시 팀 분위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차이다. 지난해 182⅔이닝 동안 210탈삼진을 솎아내며 9승9패 평균자책점 2.66의 성적을 기록한 류현진은 기록보다 더 소중했던 한화 마운드의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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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화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없는 얼굴들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어쩌면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나란히 커리어 하이의 성적을 올렸던 투수들의 집단 부진이다. 안승민, 김혁민, 유창식, 윤근영 등 4명의 주축 투수들은 단체 부진에 빠져있다. 안승민은 지난해 4.75에서 7.48, 유창식은 4.77에서 11.37, 김혁민은 4.06에서 5.65, 윤근영은 3.72에서 6.25로 평균자책점이 크게 올랐다. 빠져나간 공백은 큰데 남은 선수들의 성적도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 최하위 불펜, 올해도 같다
특히 구원투수들의 붕괴가 결정적이다. 지난해 한화의 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은 5.23으로 8개구단 중 유일한 5점대였다. 데니 바티스타는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고, 2경기만에 떠난 베스의 대체자로 들어온 션 헨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FA로 영입한 송신영마저 제 몫을 못하면서, 2011년 박정진-바티스타로 이어졌던 든든한 뒷문이 붕괴된 것. 안승민을 구원 투수로 투입했지만 전반기는 썩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사정도 같다. 박정진과 마일영이라는 든든한 좌완 두 명이 제대로 시즌 준비를 못해 마운드에 가세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 안승민이 무너졌다. 곧바로 셋업맨 송창식을 마무리 투수로 돌렸지만 이후, 뒤를 받쳐줄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10경기 이상을 등판한 구원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4점 이하인 투수는 송창식 1명 뿐이다. 마일영은 이제 10경기를 등판했지만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하며,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성적이 떨어졌다. 박정진은 아직 퓨처스경기를 치르고 있는 상태. 특히 안승민의 추락이 결정적이다. 설상가상. 1번의 선발 등판 이후 불펜진에 힘을 보탤 예정이었던 안승민은 최근 어깨 염좌로 1군에서 말소됐다.
▲ 역전패 많은 한화, 역전승은 없다
지난해 한화는 전반기 22번이라는 가장 많은 역전패를 당했다. 무너진 불펜 때문. 올해는 24일 현재 17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19번의 역전패를 당한 NC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역전패를 기록중이다. 문제는 지난해 한화는 비슷한 시기까지 14번의 역전승을 기록한데 비해서 올해는 9번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페이스만 따져봐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역전패를 당하면서 역전승은 적은 셈이다.
불펜 투수들의 난조가 첫 번째 이유지만 타선의 집중력도 떨어진다. 지난해 한화의 전반기 팀 타율은 2할6푼과 득점권 타율 2할6푼3리로 모두 6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타율 2할5푼7리, 득점권 타율 2할4푼6리로 정확도와 찬스에서의 집중력이 지난해만 못하다.
지난해 전반기 타율 3할9푼8리 12홈런 52타점의 눈부신 성적을 올렸던 김태균이 25일 현재 타율 3할1푼6리 3홈런 28타점으로 부진한 영향이 크다. 아직 전반기 종료까지 한 달이 못 미치는 시간이 남았지만, 타선을 이끄는 리더가 없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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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차 우완투수 이태양은 이번주부터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될 계획이다. 사진=MK스포츠 DB |
한화는 이제 리빌딩에 점차 속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마운드에 젊은 피를 본격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금주부터 4년차 우완투수 이태양이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될 계획이다. 이태양은 5월부터 평균자책점 3점대 중반을 유지하며 호투하고 있다. 4년차 우완투수 황재규와 2년차 언더핸드 투수 임기영도 1군에 가세했다. 황재규는 퓨처스리그 15경기에서 2승 1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19의 성적을 기록했고, 임기영도 8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3.62의 성적을 내며 호투했다. 이제 마운드의 반등은 새로운 피들의 활약에 달려있는 셈이다.
타선에서는 내야수 송광민이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가세한다. 송광민은 실전 경기 복귀전인 퓨처스리그 20일 LG전서 4타수 3안타(2루타 2개)를 기록하며 매서운 타격감
리빌딩의 기본은 주축 선수들의 건재와 함께 새로운 신인들의 성장이다. 다소 부진했던 기존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와, 새 얼굴들의 분전 여부가 한화의 남은 시즌 핵심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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