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21일 열린 K리그 올스타전은 많은 프로축구 관계자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대표팀의 부진과 맞물려 냉랭해진 축구팬의 민심을 볼 때 흥행은 어렵겠구나 판단했으나 1만1458명이라는 관중은 너무 초라했다.
경기 후 팀 클래식을 이끌었던 최용수 감독은 “프로스포츠가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위기”라면서 “진정한 갑은 팬이다. 연맹도 구단도 지도자도 선수들도 팬들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얼마나 격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는 자기반성과 함께 전체의 노력을 제안했다.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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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을 지켜본 대다수 축구관계자들의 고민이 깊다. 지적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올스타전 그후이다. 이제는 행동해야한다. 사진= MK스포츠 DB |
전부가 공감 가는 지적은 아니고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 좋게 해석될 수 있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피할 수 없는 화살이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내일은 달라질 수 있도록 거울삼아야한다.
많은 축구 관계자들이 현재 프로축구의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모두가 프로축구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감독으로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모두가 많이 고민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면서 “팬들이 한 명이라도 더 경기장을 찾기 위해 경기력은 물론 경기외적인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도 게을리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FC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마찬가지 견해를 전했다. 최 감독은 “‘황금’보다도 ‘소금’보다도 중요한 것이 ‘지금’이다. 그런데 K리그는 ‘지금’을 간과하고 있다. 위기다”라면서 “구단과 연맹과 선수들이 다 따로 놀고 있다. 각각 떨어져 있는 삼각형이다. K리그 구성원들이 삼각형이 아니라 원이 될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조언을 전했다.
두 감독이 말한 전체가 노력해야한다는 것은 구성원 모두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결국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그에 맞게 처방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한 K리그 클럽 감독의 용기 있는 제안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선 감독은 “프로연맹이 지도자들을 교육해야한다. 나를 포함한 감독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실 감독이 바뀌면 팀이 바뀐다. 지도자의 생각이 바뀌면 선수들의 생각이 바뀐다. 지도자의 지향점에 따라 선수들의 마인드가, 구단의 지향점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말은 팬들을 위한 축구,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펼치겠다고 약속하지만 결국은 자기 밥그릇 놓치지 않기 위한 축구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물론 성적은 중요하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매몰차게 내쳐지는 것이 프로의 생리다. 하지만, 내 밥그릇이 문제가 아니라 전체 밥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감독은 “프로연맹이 나서서 지도자들을 불러 모아야한다. 의무적으로라도 교육시켜야한다. 물론 교육 프로그램은 연맹이 철저하게 준비해야할 것이다. 그런 뒤 감독들의 협조를 구해야한다. 꾸준하게 교육하고도 협조하지 않는 구단과 감독이 있다면 그때는 연맹도 할 이 있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제안을 이었다. 본인도 피곤할 일이지만 결국 지도자의 변화가 K리그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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