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부산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약했던 징크스는 계속 이어져야한다. 그러나 나와 윤성효 감독님과의 악연은 오늘로서 멈춰야한다.”
최용수 감독의 다소 이기적인 바람이 결국 이뤄졌다. 서울이 부산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고 후반기 첫승을 신고했다. 이 승리로 최용수 감독은 부임 이후 처음으로 윤성효 감독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7전8기만의 징크스 타파였다. 반면 부산의 서울 원정 징크스는 또 이어졌다. 16경기 째 서울 원정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는 부산이다.
최용수 감독이 1무6패로 철저하게 약했던 윤성효 감독에게 드디어 첫승을 거뒀다. 반면 부산은 지긋지긋한 서울 원정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이런 비중과 함께 양 팀의 특별한 ‘징크스’로 인해 관심이 집중됐던 경기다. 부산은 2002년 이후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3무12패. 치욕스러운 전적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최용수 감독은 윤성효 감독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2011년 서울 감독으로 부임 후 상대전적에서 1무6패 열세다.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계속 밀렸던 것도 모자라 올 3월 부산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패했다. 최용수 감독에게는 천적인 셈이다.
승패가 갈리면 결국 한쪽의 징크스는 깨지는 경기였다. 하지만 두 징크스 모두 기운이 만만치가 않았다. 부산은 좀처럼 상암벌의 기운을 쉽게 뚫지 못했고 서울 역시 ‘성효부적’이 흔들리는 부산 진영에서 적잖이 애를 먹었다. 다소 지루하다 싶은 전반전이 끝난 뒤 양쪽 모두 변화를 도모했다.
최용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윤일록을 빼고 데얀을 투입했다. 상대 박스 근처까지는 수월하게 갔으나 그 주위에서 겉돌던 공격의 방점을 찍겠다는 복안이었다. 부산 윤성효 감독도 후반 15분 윌리암을 빼고 박종우를 넣었다. 대표팀 일정 때문에 체력이 떨어졌고 또 선수들과의 훈련이 길지 않았던 박종우지만 더 이상 아낄 수는 없었다. 효과는 서울 쪽에서 나왔다.
후반 16분 서울의 선제골이 나왔다. 고요한의 패스로부터 출발했다. 데얀이 공을 잡아 놓은 것을 몰리나가 받았고 이를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다 쇄도하는 에스쿠데로에게 내줬다. 그리고 수비가 바짝 붙어있는 상황에서 에스쿠데로가 지체 없는 오른발 슈팅이 드디어 부산의 골망을 갈랐다. 결과적으로 데얀의 투입은 효과를 본 셈이다.
득점 후 경기는 더욱 박진감 넘치게 흘렀다. 만회골을 넣기 위해 부산은 보다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그렇다고 서울이 수세적으로 경기에 임한 것도 아니다. 하대성(서울)과 박종우(부산) 등 대표급 사령관의 지휘 속에서 양팀은 팽팽한 공방전을 펼쳤다. 서울 원정 징크스를 깨기 위해, 윤성효 징크스를 깨기 위해 부산도 서울도 모두 최
결국 먼저 웃은 서울이 끝까지 웃었다. 1-0, 스코어의 변동 없이 서울이 승점 3점을 가져가면서 승점 20점 고지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이 되살아나는 흐름이다. 반면 부산은 20점에서 발목이 잡혔다. 윤성효 징크스도 지키지 못하고 서울 원정 수렁에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씁쓸한 결과였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