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지난 20일 잠실구장 두산 더그아웃.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민병헌 곁으로 김진욱 감독이 다가와 마주앉았다. 허심탄회한 자리였다. 민병헌은 “예전으로 돌아갈까 걱정이다. 못 칠까봐 부담이다”라고 고민을 털어놨고, 김 감독은 “부담은 손해다. 같은 타점도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기록이 있다. 넌 잘하고 있다”라며 따뜻한 말로 자신감을 줬다. 경기 직전 감독과 선수가 취재진 앞에서 속마음을 꺼내 보이는 일은 흔히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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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외야수 민병헌이 지난 21일 잠실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역전 스리런포를 터뜨린 뒤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날 민병헌은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타율은 종전 0.319에서 3리 낮아진 0.316을 기록했다. 하지만 순도는 만점이었다. 3타점을 올린 민병헌의 한 방은 두산의 막혔던 숨통을 열어준 단순한 홈런 그 이상의 의미였다. 이후 오재일과 이종욱이 릴레이 홈런을 신고하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민병헌은 올 시즌 두산이 건진 최고의 수확이다. 53경기에서 타율 0.316 6홈런 27타점 36득점 12도루의 엄청난 기록을 써내고 있다. 2006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후 커리어 하이다. 득점권 타율은 4할이 넘은 0.405, OPS(출루율+장타율)도 0.920을 찍었다. 홈런 6개는 개인 통산 시즌 최다 기록. 2009년 5개의 홈런이 종전 최다 기록이었다.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팀 내 선수 가운데 타율과 홈런 부문 2위에 올라있다.
김 감독의 배려에 민병헌은 힘을 내고 있다. 전날 홈런을 터뜨릴 당시에도 이종욱의 희생번트에 의미를 담았다. 민병헌은 “그동안 안타가 나오지 않아 조급해지고 긴장도 하고 그랬다. 게다가 종욱이 형이 타격감이 좋은데도 앞 타석에서 희생번트를 해서 찬스가 왔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신다는 생각에 정말 감사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부담을 털어낸 화끈한 한 방으로 김 감독에게 화답했다. 민병헌은 “내가
민병헌은 팀이 최근 심각한 부진을 털어낸 한 방으로 부담으로 쌓인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민병헌은 김 감독을 통해 힐링을 했고, 김 감독도 민병헌 덕에 힐링이 됐다. 보물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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