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에 유행처럼 번지는 전염병이 있다. 굳이 치유를 하지 않아도 될 기분이 좋은 병, ‘으샤으샤’ 세리머니다. ‘캡틴’ 이병규(9번)가 두 팔을 번쩍 들면 LG의 승리를 부르는 전율이 흐른다. 후배들을 향한 ‘적토마’의 강렬한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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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트윈스 주장 이병규(9번)의 두 팔을 번쩍 든 "으샤으샤" 세리머니는 올 시즌 LG의 승리를 알리는 수신호다. 사진=MK스포츠 DB |
LG의 이런 분위기 정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해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형님 리더십’으로 판을 깔았고, 행동대장으로 주장 이병규가 나섰다. 10년째 포스트 시즌 진출 좌절을 겪은 뒤에도 이병규는 “우리의 팀 분위기는 항상 좋았고, 훈련도 정말 열심히 했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겉으로 웃지 못하고 침체된 것이 문제였다”라고 했다. 문제는 상승 곡선이 꺾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작된 패배주의였다.
정현욱, 현재윤, 손주인 등 삼성에서 이적한 ‘3인방’도 “LG의 분위기가 이런 줄 몰랐다. 밖에서 봤을 때와 완전히 달라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달라진 LG 분위기를 본 뒤 느낀 감정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었다. 정현욱은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 어려워하더라. 자꾸 떠들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후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LG가 확실한 흐름을 타기 시작하는 것은 이병규가 합류한 뒤다. 든든한 캡틴의 존재는 LG를 똘똘 뭉치게 한 계기였다. 이병규가 유난히 큰 동작으로 두 팔을 들어 ‘으샤으샤’ 세리머니를 하는 이유도 후배들에게 주는 ‘즐기는 야구’에 대한 메시지다. 이병규는 “후배들이 처음에는 민망해 했다. 일부러 하는 오버를 하는 것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나오는 세리머니다. 아무 때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LG는 ‘으샤으샤’ 세리머니 외에도 다양한 세리머니가 넘친다. 올 시즌 가장 많은 극적인 경기를 연출한 팀이기 때문. 내야수 김용의는 홈런 이후 현충일 기념 ‘거수 경례’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았고, 끝내기 안타 이후 문선재의 티 없이 맑은 ‘깡충깡충’ 세리머니도 이슈가 됐다. 또 외국인선수 레다메스 리즈의 완봉승 이후 ‘우사인 볼트’ 세리머니를 비롯해 마무리 봉중근의 파이팅 넘치는 ‘어퍼컷’ 세리머니도 ‘수호신’의 재림을 알리는 전매특허가 됐다. 올 시즌 최고의 화제가 된 ‘물벼락’ 세리머니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LG는 단순히 ‘즐기는 야구’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숨어있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경쟁은 LG의 신구 조화를 완성시키고 있는 원동력이다. 지난 19일 마산 NC전에서 나온 이병규와 정성훈의 역전 백투백 홈런은 베테랑의 건재함을 보여준 세리머니가 필요없는 메시지였다.
LG는 20일 현재 9개 팀 가운데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다. 59경기로 가장 많은 경기수를 소화하며 34승25패로 2위 넥센과 승차없이 3위에 올라있다. 삼성은 LG보다 1승이 적은 33승2무20패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LG와 불과 2경기차밖에 나지 않는다. 삼성은 6연승
LG는 이번 주말 시리즈를 끝으로 휴식기에 들어간다. 무서운 상승세의 긴 여정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LG이기 때문에 휴식기 이후가 진짜 순위 경쟁이다. 가을야구에서도 LG의 세리머니를 볼 수 있을까.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