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잠실야구장 OB 베어스 라커룸에서 정수근을 만났다. 기자와 눈이 마주친 그는 잘 만났다는 듯 귀엽고 앳된 표정으로 기자를 반겼다. 그리고는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듯 자꾸 얼굴을 들이 댔다. 그의 엉뚱한 행동에 의아해 하던 기자는 한참을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바로 귀걸이였다. 자신의 배번인 ‘8’에 큐빅으로 예쁘게 장식한 귀걸이를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수근은 당시 프로야구선수들로는 보기 드물게 귀에 구멍을 뚫고 이 8번 귀걸이를 하고 다녔다. 그만큼 자신의 배번이 자랑스러웠던 정수근이었다. 요즘도 간혹 귀걸이를 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신의 배번을 귀걸이가 아닌 목걸이로 대신하고 있다. 1995년 OB 베어스에 입단해 프로생황을 시작한 정수근은 외향적인 성격으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팀의 기를 살리는 분위기 메이커였던 반면 그라운드에서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상대팀 선수들의 기를 꺾어 놓는 악역(?)을 도맡아 한 선수로 유명하다.
[매경닷컴 MK스포츠 = 김재현 기자 / basser@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