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임성일 기자] 후반 39분 그리고 후반 45+2분. 지동원이 지난 5일 레바논 원정과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 때 투입된 시간이다. 2경기 합쳐 10분 뛴 셈이다.
0-1로 뒤지던 레바논전의 투입은 어떻게든 만회골을 넣겠다는 ‘올인’이었으나 너무 늦은 감이 있었고, 추가시간에 들어갔던 우즈벡전은 사실상 시간 지연용 교체였다. 공격수 입장에서 퍽이나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독이 바짝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오른 독을, 이란전에 쏟아낼 참이다. 히든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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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 역시 “이란에게는 갚아야할 빚이 있다. 원정에서의 좋지 않았던 대접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했으며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 역시 “축구선수로서, 반드시 복수해 줄 것이다. 너무도 이기고 싶어서 떨린다”는 말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사실상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지은 상황이기에 부담 없이 화끈한 경기를 펼칠 조건도 마련됐다. 기대되는 경기다.
전체적인 복수혈전 분위기 속에서 더더욱 속으로 칼을 갈고 있을 이가 지동원이다. 좋은 선수다. 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내부 경쟁에서 밀렸다. 그러나 이란전은 다르다.
유일하게 울산에서의 훈련이 공개됐던 15일, 최강희 감독은 “공격 쪽에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앞 선에 두 명을 세웠을 때, 한 명을 세웠을 때의 장단점이 있다”는 설명 뒷부분에 “지동원 선수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콕 집어서 이름이 거론된 것은 지동원 뿐이다. 우회적으로 출전을 암시했던 발언이다.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도 지동원의 출격에 힘을 싣는다. 대표팀 관계자는 “최강희 감독이 이상할 정도로 지동원을 괴롭힌다. 혹독하게 대한다. 동원이가 가끔 표정관리가 안될 때도 있을 정도다”라면서 “최강희 감독이 일부러 그러시는 것 같다. 이를 바득바득 갈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을 전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지동원의 독기가 눈에 보일 정도다. 훈련 때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지동원이다. 만약 출전한다면, 정말 사고 칠 것 같다”는 견해까지 피력했다.
마지막 경기라는 측면에서도 독 품은 지동원의 출전을 예상할 수 있다. 함께 고생한, 같이 땀 흘린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보답이라는 측면에서 지동원이 포진될 공산이 크다. 단순히 미안함 때문에 꺼내는 카드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최강희 감독은 늘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다른 종이가 독이 바짝 올랐으니 꺼낼 이유는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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