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루는 날이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동시에 작별의 시간이기도 하다. ‘독이 든 성배’를 마셨던 최강희 감독은 18일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예정대로 이번 경기가 마지막인데 아름답고 화려하게 떠날 지가 관심거리다.
한국축구에게나, 최강희 감독에게나 무척 중요한 경기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이 확정되지 않았다. 4승 2무 1패(승점 14점)로 A조 선두에 올라있지만, 자칫 대량 실점하며 크게 패할 경우, 조 3위로 밀려날 수도 있다. 적어도 비겨야 A조 1위로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하루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경기다. 취임 후 대표팀 내용 및 결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란의 콧대를 꺾어 무수히 쏟아졌던 비판의 화살을 자재우고, 본래 목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고 아름다운 퇴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유종의 미,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미션이었다. 히딩크 감독 부임 이래, 대표팀 지휘봉은 독이 든 성배였다.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이가 훨씬 많았다. 쿠엘류 감독과 본프레레 감독, 베어벡 감독, 조광래 감독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어야 했다. 대부분 마지막 경기 혹은 마지막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아왔고, 결국 물러나야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허정무 감독만이 계약대로 월드컵 본선까지 대표팀을 맡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 둘도 마지막 경기를 승리가 아닌 패배로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건 지난 10년간 베어벡 감독(2007아시안컵 3-4위 결정전 승부차기 승)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승부차기 승리였다. 끝까지 기대했던 골 폭죽은 쏘지 못했다.
세계무대도 아닌 아시아무대다. 그러나 그 길도 결코 평탄치 않다. 지난 10년간 월드컵 예선 부진으로 3명의 감독이 경질됐다. 순탄하게 월드컵으로 나아가는 길은 거의 없었다.
이란과의 악연을 끝내는 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사명이다. 전임 감독은 대부분 화려하게 떠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성배에는 독이 더욱 가득했다. 박수칠 때 떠나겠다던 최강희 감독이다. 그 성배를 다 마시고 환하게 웃겠다는 그가 마지막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까.
※2002한일월드컵 이후 축구대표팀 전임 감독의 마지막 경기 결과
쿠엘류 | 2006월드컵 2차예선 | 몰디
본프레레 | 2006월드컵 최종예선 | 사우디아라비아전 0-1 패
아드보카트 | 2006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 스위스전 0-2 패
베어벡 | 2007아시안컵 3-4위 결정전 | 일본전 0(6PK5)0 승
허정무 | 2010월드컵 본선 16강 | 우루과이전 1-2 패
조광래 | 2014월드컵 3차예선 | 레바논전 1-2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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