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문선재가 아니므니다!”
LG 트윈스 내야수 문선재의 주가가 하늘을 찌른다. ‘문천재’ 신드롬이다.
“와, 문선재 선수다!” 지난 15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라커룸에서 선물 보따리를 든 문선재를 본 LG 외야수 정의윤이 웃으며 던진 말이다. 올 시즌 붙박이 4번타자로 자리잡은 정의윤도 놀란 문선재의 활약은 팀 내 달라진 위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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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재는 주목받지 않은 재목이었다. 잠재력은 일찌감치 인정받았지만, 프로 데뷔 후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다. 2009년 2차 7라운드 52순위로 LG에 입단해 데뷔 시즌 7경기 5타수 무안타 1타점 4삼진 2실책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거둔 성적의 전부다. 2군에서 머물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학구파 고시생 이미지 때문에 ‘문검사’로 불렸다. 안경테도 바꿔 봤지만, 그 선량한 이미지 어디갈까. 문선재는 “야구만 잘하기로 했다”며 외모 대신 내실을 키웠다.
김기태 LG 감독은 문선재를 눈여겨 봤다. 스프링캠프 때 2루수 경쟁을 시키다 1루수로 낙점했다. 멀티 내야수 김용의와 경쟁을 붙였다. 우투수가 나오면 좌타자 김용의, 좌투수가 나오면 우타자 문선재를 투입시켰다. 트윈스의 쌍둥이였다. 그런데 이젠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올라 주전 경쟁이 아닌 차세대 LG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선재는 올 시즌 41경기에 나서 타율 0.325 23타점 22득점을 기록하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수비력이 좋은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어느새 호타준족의 자질까지 보여주고 있다. 2루타 8개와 3루타 1개, 홈런은 3개를 기록하며 도루도 5개를 올리고 있다. 6월에만 홈런 2개를 터뜨리며 놀라운 폭발력을 선보이고 있다.
문선재는 스스로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일단 팬이 엄청나게 늘었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글러브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또박또박 큼지막하게 새겼던 문선재가 팬들이 준 선물 공세에 양 손이 가득해졌다. 문선재는 “인기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팬들이 정말 많아졌다”며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문선재는 요즘 욕심이 늘었다. 원래 성격도 곱상한 외모와 달리 승부욕이 넘친다. 가장 욕심이 나는 것은 평생 단 한 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이다.
문선재는 시즌 초반만 해도 신인왕 후보군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 유독 신인왕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 신인왕 후보는 NC에 대거 포진해 있다. 이재학, 이태양, 이민호, 나성범, 노진혁, 권희동 등 신인왕 자격을 갖춘 후보들. 또 유희관(두산), 한동민(SK), 김대우(롯데) 등경쟁해야 할 후보가 넘친다.
그런데 이제 문선재의 이름을 신인왕 후보에서 빠뜨리면 난리가 날 지경이다. 문선재는 “처음에는 신인왕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신인왕 자격 조건이 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그는 “신인왕 자격이 된다는 것을 알고 욕심을 좀 냈는데, 요즘엔 점점 생각이 더 많이 난다”며 웃은 뒤 “지금처럼 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문선재에게 올 시즌은 ‘처음’이란 단어가 와닿는다. 프로 데뷔 이후 타점을 제외하고 전 부문에 걸쳐 모두 처음이기 때문. 문선재는 “안타는 물론이고 결승타도 끝내기도 홈런도 도루도 다 처음”이라고 했다. 심지어 포수 마스크를 쓴 것도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의 완결판인 신인왕 욕심이 더 난다고 했다. 김기태 감독도 “이왕이면 문선재가 받으면 좋은 것 아닌가”라며 벌써부터 지원군으로 나섰다.
하지만 문선재에게 신인왕보다 더 중요한 처음이 있다. 처음
문선재는 확실하게 자리잡은 ‘문천재’ 별명도 거부하지 않는 당당함을 보였다. 문선재는 “잘하고 있으니까 그런 별명도 듣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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