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최근 프로야구선수의 잇단 음주 운전 사고로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한창 시즌 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과 선수단을 관리·책임지고 있는 구단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프로야구선수들의 일탈 행위에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의 선수 관리와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성적만 내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일까.
기존 선수들에 대한 KBO나 구단 차원의 재교육은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는 음주 사고 혐의로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신현철을 불구소 기소했다. 같은 소속 김민우가 무면허 음주 사고로 불구속 기소된지 불과 4일 만이다.
김민우의 사건 때는 구단이 바로 사건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신현철 사건은 2개월이 지난 후 밝혀졌다. 그동안 구단은 소속 선수 신현철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선수단 관리가 미흡했다는 얘기다.
넥센은 워크시스템미팅(Work System Meeting)이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한다. 워크시스템미팅이란, 선수단 내에서 이뤄지는 미팅으로 주장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수들끼리 단합을 위한 자리일 뿐 선수 개개인의 애로사항이나 고민 등을 듣는 자리는 아니다. 또한 프런트 직원은 참석하지 않는다.
각 구단의 운영팀은 선수단 지원과 관리 뿐 아니라 선수 개인의 사생활까지 체크하도록 돼 있지만 일부 구단을 제외하면 제대로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
넥센이 신현철 사건이 터진 뒤 두 달 넘게 지나도록 사건 인지조차 안됐던 것도 프런트와 선수단의 '소통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 소양교육 역시 각 구단은 비정기적 강연과 워크숍 등을 통해 흉내만 내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시즌 종료 후 선수들을 모으기에 어려움이 있고 캠프 때 강사를 초빙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국내 9개 구단 중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가장 잘 구축된 구단은 NC 다이노스다. NC는 ‘스피리트 코치(Spirit Coach)’라는 선수 관리 프로그램으로 강연, 이메일, 전화, SNS 등을 이용한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NC 측 관계자는 “지난해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와 이광환 한국야구발전연구원 명예회장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에는 야구 외에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도록 인성교육과 은퇴 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관한 교육도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닛폰햄 파이터스의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닛폰햄은 비시즌은 물론 시즌 중에도 주기적으로 선수들에게 자체적으로 개발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닛폰햄의 교육 프로그램은 까다롭기로 소문나 지난 해 말 오릭스로 이적한 이토이가 이 교육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해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다.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이기는 야구를 하려면 선수들의 사생활을 희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뒤 “어느 곳이나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와 인성교육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
이어 “관리와 교육이 100% 사건·사고를 막을 수는 없으나 선수들에게 꾸준히 주입시켜줌으로써 스스로 책임과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며 “알게 모르게 큰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KBO가 나서기를 기다리기 보다 이제는 구단과 선수들이 같이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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