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에 들어간 남자농구대표팀과 한솥밥을 먹는다. 운 좋게 어렵게 구한 스파링 파트너다. 대표팀의 안타까운 현주소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대회 방식이다. 아시아선수권은 예선 1라운드 성적을 안고 2라운드를 갖는다. 1, 2라운드 성적을 합산해 2개 조별 상위 4개국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한국은 A(요르단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B조(일본 카타르 레바논 홍콩) 상위 4개국과 8강에서 만나는 구조다. 4강권 진입 시나리오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대진이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올해 아시아선수권에 사활을 걸었다.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지는 연결 선상에 있기 때문.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이번 대표팀의 올해 농사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또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상위 3개국에게 내년 8월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진출 티켓이 주어진다.
세계선수권 참가 자격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국은 1998년 그리스 대회 이후 세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림픽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 마지막이었다. 16년 만의 세계선수권 진출이라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또 내년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 이전 최종 점검을 할 수 있는 최상의 평가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 이전까지 마땅한 평가전 상대가 없다. 오는 7월 대만에서 열리는 윌리엄존스컵 참가가 아시아선수권 이전에 치르는 유일한 평가 무대다. 존스컵은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대회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대표팀의 전력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물 안에서만 놀 수 없기 때문에 내린 유 감독의 결정이다. 유 감독은 존스컵을 통해 최종 엔트리 12명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있다. 전자랜드가 대표팀과의 스파링을 자처하고 나섰다. 전자랜드는 20일부터 26일까지 진천선수촌에 합류해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2~3차례 가질 예정이다. 진천선수촌의 배려로 게스트룸에 머물면서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전자랜드는 보따리 훈련을 해야 하는 신세다. 지난 11일 김천으로 국내 전지훈련을 떠나 진천과 천안을 전전한다. 홈 경기장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을 당분간 쓸 수 없게 됐기 때문. 오는 29일 개막하는 인천실내무도아시안게임 개최로 메인 코트와 보조체육관을 모두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유재학 감독은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서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연습경기 파트너로 일주일간 한솥밥을 먹기로 했다.
유재학 감독은 “진천이 수두권에서 거리가 있어서 대학 팀들과 연습경기를 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또 대학 팀과 연습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자랜드와 연습경기를 하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또 유도훈 감독도 “대표팀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에 우리도 훈련 여건이 좋지 않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외국선수는 없지만, 국내선수 위주로 연습경기를 하면서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대한농구협회와 한국농구연맹(KBL)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협의회(이하 국대협)를 만들어 2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대표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사례가 있다. 이전까지 유례가 없던 투자였다.
당시 유재학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미국에서 1, 2차 해외 전지훈련을 소화했고,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선수 및 지도자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레니 윌킨스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당시 대표팀은 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은메달을 획득하는 수확을 거뒀다. 이후 반짝했던 대표팀의 지원은
한국 농구는 최근 위기론에 직면했다. 협회와 연맹 수장 및 고위 관계자들도 올해와 내년에 열리는 국제대회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 질적 투자나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팀은 외딴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아 정상 재탈환을 위해 굵은 땀방울만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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