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전성민 기자] 마무리 투수의 가장 큰 적은 부담감이다. 1~2점 차 리드를 지켜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하다. 이를 이겨낸 투수만이 마지막 순간 마운드 위에서 동료들과 승리를 만끽할 수 있다.
올 시즌 선발로 뛰다 지난 6월6일 마무리 투수로서 데뷔전을 치른 이재학(NC 다이노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부담감을 떨쳐내는 것이다.
마무리 투수의 부담감을 덜기 위해 이재학이 택한 것은 선발 때의 마음가짐이다. 이재학은 “9회에 마무리 투수가 아닌 완투를 하러 올라간다는 느낌으로 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최일언 투수 코치는 9회 1번 타자부터 시작이면 4회, 4번 타자부터 시작이면 5회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던지라고 조언했다. 마무리 투수가 느끼는 압박감을 줄여주기 위함이다. 타자에게 공을 던지기 전에 자신과의 싸움부터 해야 한다.
지난 4일 마무리 투수로 보직이 변경됐다는 말을 들은 이재학은 적응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혼자서만 시즌을 다시 시작한 기분이 든다. 바뀐 것이 많다.
우선 운동 스타일이 다르다. 선발 투수의 경우 날짜별로 정해진 운동을 하고 일정한 간격을 갖고 마운드에 서지만 불펜 투수는 매일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 전 캐치볼 때 감을 잡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체력 관리 또한 필수다.
아직은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이 낯설지만 팀 선배들의 조언에 힘을 얻고 있다. 그는 “손민한, 이승호, 고창성 선배님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재학은 지난 스프링캠프 때 룸메이트였던 이승호와 원정 경기 때 같은 방을 쓴다.
이재학은 지난 6월6일 마무리 투수 데뷔전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 팀이 6-1로 앞선 8회 2사 2,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⅓이닝 1피안타 1실점 1탈삼진을 기록하고 9회 무사 1,2루에서 교체됐다.
이재학은 “지난 SK전은 힘으로 던지다 보니 제구도 안 되고 공에 힘도 없었다. 체인지업도 밋밋해지더라. 원래 내 스타일 대로 가볍게 밸런스와 컨트롤에 신경 쓰면서 던졌어야 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공을 강하게 던지려고 하다 좋지 않았다. 마무리 투수로 던지며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날 경기는 이재학에게 좋은 예방주사가 됐다.
이재학은 지난 시즌부터 선발 투수로서 목표를 갖고 꾸준히 한 걸음씩 전진했다. 2012 퓨처스리그(2군) 21경기에 나와 15승2패 평균자책점 1.55로 남부리그 다승,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1군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2013 프로야구 8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1패 평균자책점 2.85로 호투했다.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마무리 투수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이재학은 “선수는 팀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서 뛰어야 한다. 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김경문 감독님께서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며
이어 이재학은 “아직 바뀐 위치에서 한 게 없다. 마운드 위에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바꾼 이재학은 마음속에 ‘선발 때처럼’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이재학이 선발 때처럼 씩씩한 투구로 NC의 굳건한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ball@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