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류제국 효과? 죄송한 마음 뿐이다.”
‘해외복귀파’ 류제국이 LG 트윈스의 어두운 역사를 바꾸고 있다. 류제국 합류 시점과 LG의 상승 그래프가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류제국은 겸손했다. 오히려 “난 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자신에게 집중된 찬사를 부담스러워했다. 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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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류제국은 4경기 선발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고, 팀은 모두 이겼다. 내리막 길을 걷던 LG의 분위기를 전환시킨 류제국이 ‘승부남(승리를 부르는 남자)’, ‘승리 요정’으로 불리는 이유다.
류제국은 당초 계획했던 1군 합류 시기보다 보름 가까이 빨리 국내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LG 입단 당시 잡음을 끊고 성실하게 훈련에만 전념한 결과다. 김기태 LG 감독은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하고 있다”고 대만족하고 있다.
류제국 효과는 분명 있었다. 우려했던 국내 선발진을 탄탄하게 다지는 중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믿었던 벤자민 주키치가 부진한 가운데 거둔 상승세의 밑거름이었다.
하지만 류제국은 이런 평가가 불편하다. 류제국은 “내가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류제국 효과라는 말을 자꾸 들으니 민망하다”며 “팀 동료들과 선배들이 잘했기 때문에 지금 성적이 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동료들을 믿고 던질 뿐이다. 그래서 선배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류제국은 자신에게 붙은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만, 마냥 싫지는 않다. 그는 “주위에서 나보고 ‘승리 요정’이라고 하더라”며 웃은 뒤 “그런 얘기를 듣고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듣기는 좋다”라고 밝혔다.
1군 합류 후 돌아선 팬심도 그에게 힘이 되고 있다. 류제국이 입단 문제로 잡음이 심했을 때만 해도 비난 여론이 심했다. 당시 류제국은 그런 팬들의 반응을 크게 게의치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류제국은 “팬들의 반응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솔직히 댓글을 봐도 나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것도 안다”며 “예전에는 나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면 팬심은 돌아서는 것이라 믿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마운드에서 피하지 않는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정면돌파형’ 성격 그대로다.
김 감독은 물론 차명석 투수코치도 올 시즌 류제국의 기대치는 이미 이룬 상태다. 한국프로야구가 처음인데다, 팔꿈치 수술과 공백기 이후 첫 시즌이기 때문에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류제국에 대한 진짜 기대치는 내년이다.
하지만 류제국의 생각은 다르다. 그 이상의 목표를 가슴에 품고 있다. 류제국은 “감독님과 코치님 말씀도 맞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며 “한국으로 복귀한 해외파 선수들이 1년차 징크스가 있었다. 난 그런 징크스를 깨고 싶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류제국은 지난 7일 잠실 롯데전에서 7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최다 이닝 투구였다. 7회까지 볼넷 없이 2피안타(1홈런) 6탈삼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차 코치와 의견 조율 끝에 고집을 부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가 3실점으로 무너졌다.
류제국도 느꼈다. 그는 “2군에서 7이닝까지 던진 것이 최다였다. 투구수와 상관없이 이닝 체력이 있는 것을 몸으로 알았다”면서 “그래도 한 번 던져 봤기 때문에 다음엔 더 나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완투, 완봉
LG는 여전히 선발 마운드가 가장 큰 고민이다. 주키치가 2군으로 내려가면서 신재웅이 합류했다. 우규민과 신정락이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지만, 실질적 2선발은 류제국의 몫이다. 류제국도 알고 있다. 스스로 목표를 계속 상향 조정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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