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서로를 위해 박수 쳐도 양보는 못해!”
남자농구대표팀 귀화혼혈선수 이승준(원주 동부)과 문태영(울산 모비스)이 최종엔트리 한 자리를 놓고 뜨거운 경쟁에 들어갔다. 태극마크 맛을 본 이승준과 처음으로 가슴에 태극기를 단 문태영의 선의의 경쟁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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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혼혈선수들이 국내 프로농구에 발을 들인 이후 매년 대표팀 최종 선발 경쟁 부문에서 뜨거운 이슈 몰이를 하고 있다. FIBA 규정상 귀화혼혈선수는 최종 엔트리 12명에 1명만 포함된다. 올해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는 이승준과 문태영이 경합을 벌인다.
이승준은 단골 후보다. 이승준은 전태풍(고양 오리온스)을 밀어내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유재학 감독과 호흡을 맞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스피드와 높이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후 2011년에는 문태종(창원 LG)에게 밀려 중국 우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다시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에 발탁돼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승준은 태극마크만 달면 ‘미치는 선수’로 유명하다. 동부 구단 관계자는 “유니폼 구단 로고 밑에 태극마크를 하나 달아야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만큼 국가대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대표팀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의 120%를 발휘했다.
이승준은 “나는 태극마크가 그냥 좋다. 나도 모르게 힘이 나는 것 같다. 대표팀에서 뛰는 것 자체만으로 정말 재밌고 행복하다”며 이번 예비 엔트리에 든 것에 대한 기쁜 마음을 전한 뒤 “다시 한 번 마지막까지 남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이상범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현 대표팀 코치)도 이승준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승준을 지도해 봤는데, 대표팀에 그렇게 열심히 할 수가 없다. 태극마크만 보면 미치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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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영은 이번 대표팀이 처음이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휴가도 반납한 채 국내에 머물면서 몸을 만들었다. 유 감독은 문태영의 탁월한 공격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포워드에서 해결사가 부족한 대표팀의 득점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문태영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에 정말 영광스럽다”며 자부심을 나타낸 뒤 “자신감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문태영은 친형 문태종이 이루지 못한 국내 프로농구 우승을 먼저 경험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문태종이 먼저였다. 이에 대해서도 문태영은 “형에게 많은 얘기를 들었다. 나도 대표팀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어느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승준과 문태영은 최종 엔트리에 누가 합류를 하더라도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경쟁에서 물러설 마음은 보이지 않았다. 둘은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
유 감독은 이승준과 문태영을 포함한 최종 엔트리 결정을 오는 7월 대만에서 열리는 윌리엄존스컵 이후로 미뤘다. 유 감독은 “둘 중에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며 높이의 경쟁력과 해결사 부재를 놓고 장고에 빠졌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