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가장 큰 형님이라는 권위의식은 애초부터 머리에도 마음에도 없다. 100경기에서 단 2경기가 부족한 풍부한 A매치 경험도 잊었다. 그야말로 초심으로, 팀의 승리를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하고 있는 베테랑 김남일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앞두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이구동성 ‘아쉬움’을 말하고 있는 레바논전이다.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었기에, 골대를 때린 혹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슈팅 중 한 두개만 평범하게 들어갔어도 손쉬운 승리가 가능했던 경기였기에 더욱 그랬다.
수많은 A매치를 치러본 김남일에게도 아쉬움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다른 선수들보다 아쉬움의 강도가 더 깊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그런 아쉬운 결과가 나오게 했던 자신의 플레이가 또 아쉬웠기 때문이다.
파주NFC에서 만난 김남일에게 3년여만의 대표팀 복귀전을 되묻자 “오랜만에 A매치였다. 긴장감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돌아와 레바논전 영상을 되돌려봤는데, 내 플레이에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는 말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허리에서 상대의 맥을 끊는 플레이로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어야하는데 그런 것이 부족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덧붙였다.
실상 기대치에 따라 ‘무난했다’와 ‘아쉬웠다’ 사이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김남일의 플레이었다. 적극적인 압박이나 공격적 지원 등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노련한 시야와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상대의 맥을 끊는 플레이는 좋았다. 무엇보다 잠자고 있던 ‘A매치 DNA’를 깨웠다는 것은 큰 득이다. 김남일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즈베키스탄전과 이란전에서도 허리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다.
김남일 특유의 책임감도 확인했다. 레바논전이 끝난 뒤 김남일은 가벼운 부상에 시달렸다.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성 부상이었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썼다는 방증이다. 최강희 감독 역시 “그 아저씨가 얼마나 애를 썼으면......”이라는 말로 김남일의 솔선수범에 뿌듯함을 표했을 정도다. 안팎에서 김남일이 해주고 있는 역할이 적잖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해줄 것보다 자신이 받을 것이 더 많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이 나한테 기댈 것이 아니다. 내가 후배들한테 기대서 가야할 부분들이 많다. 후배들이 많이 도와줘야한다”는 말을 전했다. 겸손함이자 초심선언이었다. 그런 낮은 자세로 남은 2경기에 임할 생각이다. 서로 의지해서 극복해야할 상황이라는 뜻이다.
오는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김남일은 박종우와 함께 중원을 지킬 공산이 크다. 원조 진공청소기와 신형 진공청소기의 흥미로운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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