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33도까지 치솟은 불볕 더위. 지난 주말 한낮 잠실구장은 푹푹 쪘다. 검게 그을린 LG 포수 윤요섭도 무거운 장비를 하나씩 내려놓으며 땀을 뻘뻘 흘린 채 “힘들다”를 연발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진영도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대형 선풍기 앞에 몸을 맡기기 바빴다. 이제 여름이다.
LG는 어느새 6연속 위닝시리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11경기 9승2패. 팀 성적도 수직 상승했다. 28승25패로 +3을 찍으며 단독 3위에 안착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너무 이른 때. 김기태 감독은 최근 성적에 대해 마냥 만족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주전과 주전 외 선수들도 모두 고맙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만족을 할 수는 없다. 언제 어떻게 사소한 것에서 또 무너질지 모른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최근 LG는 정해진 선발 라인업이 없이 분주하다. 전날 홈런을 치거나 타격감이 좋은 타자도 다음날 선발에서 제외되기 일쑤. 김 감독이 올 시즌 여름을 버티기 위해 준비한 선수 기용법이다. 일종의 ‘돌려막기’인 셈. 체력 안배를 위한 냉정한 선수 관리다.
김 감독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여름용’ 보험은 지명타자다. 체력적으로 쉽게 지칠 수 있는 베테랑 중심타선이 돌아가며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주장 이병규(9번)를 비롯해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등이 돌아가며 지명타자를 맡는다. 수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김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몸 상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야수들이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를 하고 있다. 베테랑 뿐 아니라 젊은 선수들도 포함된 것”이라며 “선수들이 서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먼저 나서서 얘기하는 배려도 보이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LG의 ‘돌려막기’가 가능한 이유는 풍부한 선수층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많기 때문이다. 정의윤, 이대형, 정주현 등 외야수 뿐 아니라 김용의, 권용관, 문선재 등 멀티 내야수들은 포지션을 정해놓지 않고 그날 상황에 따라 배치되고 있다. 역할 수행 능력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투수와 포수도 마찬가지다. 튼실한 마운드는 여름이 두렵지 않은 상태. 류제국 합류 이후 우규민, 신정락 등 토종 선발진에 숨통이 트이면서 중간계투와 마무리 사이에 무리수를 두지 않고 있다. 또 임찬규와 임정우 등 계투 이닝이터 역할도 불펜 운용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불펜 필승조 유원상이 복귀를 눈앞에 뒀고, 정찬헌도 정식 경기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든든한 보험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풀타임 소화가 가능한 포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LG는 윤요섭과 이적생 최경철을 투수의 맞춤형이 아닌 컨디션에 따라 번갈아 기용하고 있다. 시즌 초반 LG를 이끌었던 주전 포수 현재윤도 재활을 마치고 1군 복귀 대기 중이다. 세 명의 포수가 돌
LG는 가을야구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여름이 고비였다. 올 시즌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한 LG가 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올해는 다르다”고 외치는 LG의 준비 과정은 착실하게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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