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FC서울이 6월의 첫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젊은 스쿼드’ 전남을 맞아 3-0 완승을 거뒀다. 구단 통산 400승을 자축하는 대승이었다.
전반 12분, 데얀의 확실한 ‘클래스’를 보여준 왼발 선제골과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김진규의 헤딩 추가골 그리고 후반 23분 윤일록이 골키퍼까지 제치면서 넣은 쐐기골을 합쳐 대승을 완성시켰다. 승점 3점과 함께 홀가분한 마음으로 A매치 브레이크에 돌입, 재정비 할 수 있는 값진 승리였다. 더더욱 값진 것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올 시즌 서울의 실점은 많다. 12라운드까지 서울은 21골이나 내줬다. 비슷한 기간 20실점 이상 허용한 팀은 12위 강원(24실점) 13위 대전(26실점) 14위 대구(25실점) 등 최하위권 팀들뿐이다. 서울로서는 적잖이 자존심이 상할 수치다.
축구는, 상대보다 많은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다. 서울이 부진한 이유는 확실히 높은 실점률과 관련이 있다. 골을 넣어도 무조건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으나, 골을 먹지 않으면 적어도 지지 않는 경기가 축구다.
여전히 넣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다. 공격력은 어느 팀과 견줘도 비교우위를 점한다. 경기당 2골(12경기 23골)에 근접한 득점력은 리그 톱클래스다. 결국, 넣는 것만큼 내줬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는 올 시즌이다. 이런 배경에는 최용수 감독의 ‘고집’도 한몫을 하고 있다. 리그를 선도하는 클럽의 자부심으로 공격축구를 펼쳐 팬들에게 보는 맛을 주겠다는 의지는 넣어도 또 넣기 위해 달려들다가 역습을 허용하는 일을 자주 연출했다.
최용수 감독은 늘 “괜찮다. 앞으로도 이런 색깔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안 먹고 많이 넣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때문에 “이번 경기는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으면”하는 솔직한 바람도 종종 전했던 최용수 감독이다. 때문에 A매치 브레이크전 마지막 홈경기였던 전남전의 무실점 승리는 가장 바랐던 시나리오였다.
실상, 무실점 경기도 가뭄에 콩 나는 듯했던 서울이다. 서울이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경기를 찾으려면 지난 4월20일 대구전 4-0 승리까지 거슬러 올라야한다. 아무리 공격축구를 강조했다지만, 최용수 감독과 서울 선수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니었을 터. 때문에 전남전 무실점 승리는 보약이었다.
승리도 승리지만,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던 경기다. 최전방 데얀도 수비에 적극적이었고, 하대성과 고명진은 1차 저지선 역할에 충실했으며 측면 공격수 고요한도 풀백만큼 밑으로 많이 내려왔다. 전남의 빠른 발을 막기 위해 차두리 대신 기용한 최효진 역시 상대 못지않게 빨랐다. 최용수 감독의 판단이 적중했다.
기본적으로 실점의 1차적 책임을 지어야할 수비수들도 최선을 다했고, 수비는 수비수들만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들도 최선을 다했다. 전남의 공격이 상당히 활발했음에도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은 ‘협력’이었다. 뒷문이 든든해지니 공격력도 다시 불을 뿜었다. 후반 2골을 추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뒷문이 든든해지니 최근 연이어 상영됐던 ‘서울극장’도 막을 내렸다. ‘서울극장’이란 말은 근래 FC서울이 하도 난타전을 펼쳐 붙은 수식어다. 종료직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내용에 팬들은 즐거웠
뒷문을 닫으니까 ‘서울극장’도 문을 닫았다. “영화는 진짜 극장에서 상영되어야 한다”던 최용수 감독의 의지와 함께 극장이 폐쇄됐다. 다득점 대승보다 더 의미 있는 무실점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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