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FC서울이 통산 400승 고지를 밟았다. 울산, 포항에 이어 K리그 구단들 중 3번째 금자탑이었다.
FC서울이 ACL 일정 때문에 순연, 6월의 첫날 열린 전남드래곤즈와의 홈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전반 12분 데얀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18분 김진규의 헤딩 추가골 그리고 후반 23분 윤일록의 쐐기골을 합쳐 완승을 거뒀다.
선제골이 일찌감치 터졌다. 데얀의 ‘클래스’가 빛났다. 전반 12분, 에스쿠데로의 크로스를 전남의 이승희가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데얀에게 향한 것이 화근이었다. 데얀은 침착하게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강력한 왼발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노련한 김병지 골키퍼가 손 쓸 도리가 없는 반대편으로 향한 수준 높은 슈팅이었다.
선제골 이후로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3승5무, 최근 8경기 연속으로 패하지 않고 있는 전남의 상승세는 디펜딩 챔프 서울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도 당당했다.
외국인 선수를 모두 뺀, 토종선수들로 구성된 전남의 젊은 스쿼드는 위축됨 없이 서울의 라인업과 맞붙었다. 하석주 전남 감독이 “강호들과의 경기에서는 오히려 외국인 선수를 뺀다. 젊은 선수들에게 너희들끼리 마음껏 힘을 합쳐보라고 주문한다”는 믿음이 필드 위에서 잘 구현됐다. 전체적으로 ‘스피드’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서울의 수비진을 공략하기 위한 하나의 해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은 모처럼 끈끈함을 보여줬다. 실상 공격력보다는 팀 전체의 ‘협력’과 ‘수비’가 더 돋보였던 경기다. 5월의 모든 경기에서 모두 골을 내줬던 서울은 작심하고 ‘무실점’에 포인트를 맞춘 듯 전원이 열성으로 뛰었다. 데얀도 에스쿠데로도, 고요한도 하대성도 수비가담에 적극적이었다.
결국 후반 들어 하석주 감독도 외국인 공격수 웨슬리를 투입했다. 골을 넣어야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기에 변화가 필요했던 전남이다. 하지만 터진 것은 전남의 만회골이 아닌 서울의 추가골이었다.
후반 18분 하대성의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김진규가 헤딩으로 연결하면서 전남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전까지 꽤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이던 전남이었기에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한 결정적 득점이었다. 5분 뒤 추가골은 그야말로 쐐기였다.
후반 23분 에스쿠데로의 스루패스를 윤일록이 쇄도하면서 받아냈고 김병지 골키퍼까지 제치면서 침착하게 다시금 골망을 갈랐다. 이것으로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
최용수 감독이 후반 27분 윤일록을 빼고 고광민을 투입했고 후반 34분 에스쿠데로를 벤치로 부르고 김현성을 넣는 등 여유로운 운영이 가능했을 정도로 추가 많이 기울었다. 종료 5분을 남겨두고는 최효진을 쉬게 하고 차두리를 넣었다. 팬 서비스였다.
격차가 벌어지자 전남의 공격은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졌다. 패기가 돋보이던 전남의 어린 선수들이 침착하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분위기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