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사실상 불모지로 여겨진 제주도다. 관광도시의 특성상, 그리고 육지와 떨어져 있는 지리적인 여건상 프로스포츠 구단이 뿌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이런 이유와 함께 현재 제주도에 프로스포츠 구단은 제주유나이티드 뿐이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제주도 인구가 60만 명 정도라는데 유동인구가 많아서 그보다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주유나이티드가 위치한 서귀포는 15만 명이라 하는데 그 역시 실제로는 줄어들 것이다”는 말로 관중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고백하기도 했다.
박경훈 감독은 지난 5월 말 MK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민들이 제주유나이티드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서서히 자리를 잡는 것 같다. 2010년 우리가 준우승까지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킬 때보다도 반응이 크다”면서 “2010년에 그렇게 경기력이 좋고 성적이 좋을 때도 그냥 ‘구경’만 했는데 점점 소속감을 갖는 팬들로 변했다. 우리 팀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장을 찾는 것이 느껴진다”는 말로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있는 변화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FC서울과의 홈경기에는 무려 1만8751명의 구름관중이 몰렸다. 박경훈 감독이 언급한 기본적인 ‘인구’를 생각하면 대단한 수치다. 내륙의 다른 대도시와 견주면 곱절 이상으로 계산해도 이상할 것 없는 배경이다. 장족의 발전이지만 그래도 구단 입장에서는, 박경훈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설정한 마지노선인 ‘2만 명’에는 또 실패한 까닭이다. 2만 명의 관중이 모이면 구단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머리칼을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좀처럼 이기지 못하고 있는 FC서울을 잡기 위해 군복을 입고 나오는 퍼포먼스와 함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내세웠으나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전혀 실망할 것 없는 일이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2만에 근접한 대규모 팬들이 ‘우리 팀’ 제주유나이티드를 응원하러 온 것이다. 경기 내용도 환상적이었다. 0-2로 시작한 경기가 4-4라는 놀라운 스코어로 끝났다. 비록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축구장을 찾은 팬들이 축구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내용이 펼쳐졌다. 적어도, 그날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짜릿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성적이라는 알맹이도 좋고, 이벤트를 비롯한 서비스 등 포장도 좋으니 상품을 사려는 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노력하고 구단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땀을 흘리고 있으니 자갈밭이 비옥한 농토로 바뀌는 꿈이 현실로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는 제주가 다시금 ‘대박’을 노린다.
제주는 6월의 첫날 포항스틸러스를 상대로 홈경기를 치른다. 포항의 ACL 출전으로 순연된 경기에서 진짜 대박을 노리고 있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포항을 꺾는다면, 제주는 포항과 승점 동률(26점)이 된다. 선두권으로 비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포항이라는 명문클럽과 함께 다시금 흥행돌풍을 이어가겠다는 설렘으로도 가득하다. 가뜩이나 이 경기에는, 제주가 낳은 스타 구자철이 경기장을 방문해 친정팀에게 인사를 전할 계획이다. 숙원인 ‘2만 명’ 돌파가 가능할 조건들이 적잖다.
‘이곳에서는 힘들다’고 많은 이들이 고개 저을 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도 된다’는 마음으로 땀 흘렸다. 그 덕분에 성큼성큼 꿈에 다가가는 모양새다. 포항전은 그들이 꿈으로 가는 길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대박에 다시 도전하는 제주유나이티드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