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오는 6월5일 새벽(한국시간)에 열리는 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은 ‘승점’보다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은 “최종예선 3경기가 남아있지만 레바논전만 생각하겠다”면서 “레바논을 잡아야 남은 2경기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치를 수 있다”는 말로 ‘올인’을 선언했다.
더불어 “레바논이 조에서 가장 약체이기는 하지만 그네들의 안방에서는 가진 것 이상의 힘을 냈다. 절대 방심할 수 없다”면서 “철저하게 내용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춘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출사표와 함께 현지로 날아간 바 있다.
팬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최강희 감독 고민의 무게중심 역시 앞쪽으로 쏠리는 게 사실이다. 있는 자원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레바논의 골문을 열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경기이기 때문이다.
3년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한 김남일의 가세와 함께 미드필드 진영 역시 못지않게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기성용과 구자철이라는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들이 모두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어떤 조합이 펼쳐질지 궁금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레바논전은 ‘독도세리머니’ 징계여파로 박종우까지 출전할 수 없다. 김남일을 비롯해 한국영과 이명주 정도가 중원에 배치될 수 있는 자원들이다. 그간 측면 공격수로 활용됐던 김보경의 중앙 미드필더 배치가 진지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최강희 감독의 선택이 점점 더 궁금해지고 있다.
이렇듯 전체적인 시선이 허리라인을 포함한 앞쪽에 맞춰지고 있다. 넣어서 이겨야하는 경기인 만큼 주도권을 잡은 채(허리진영) 상대를 쓰러뜨려 줄 수 있는(공격진영) 이들에게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수비라인은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가 경기 끝날 때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철저하게 외면 받아야 할 수비라인이다. 기가 막히게 상대를 봉쇄한 것이 아니라면, 대표팀 경기 후 수비라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대부분 실수나 실점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 외면당하는 것이 곧 칭찬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적잖은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는 수비진이기에 더더욱 외면했으면 싶은 마음이다.
최종예선 5차례 경기를 치르는 동안 최강희호의 수비진은 늘 유동적이었다. 안정과 호흡이 중요한 수비진이지만 지금껏 고정적이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 플랫4가 형성되지 않은 까닭에 매 경기 고육책을 써야했고 이는 불안함의 빌미가 됐다.
실상 마지막 3연전을 앞두고도 또 변화가 있다. 특히 박주호와 김치우가 뽑힌 왼쪽, 신광훈과 김창수가 발탁된 오른쪽 등 좌우풀백의 면면은 앞선 경기들과 견줘 또 달라졌다. 불가피하게 또 새로운 플랫4가 나온다는 뜻이다. 또 불안함이 나올 수 있는 신생 조합에 가깝다.
끝까지 외면당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곧 특별한 실수 없이 뒷문을 지켜줘야 한다는 당부이기도 하다. 내내 잘하다가 1번을 실수하면 욕을 먹어야하고, 끝까지 완벽하게 막아내도 스포트라이트는 공격수들이 가져가는 것이 수비수의 비애다. 어쩌
수비수들의 비애를 알지만, 이번 레바논 원정에서는 그 서글픔이 극에 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팬들의 시선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야한다. 끝까지 외면당하고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곧 대한민국 축구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밟을 수 있느냐의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키워드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