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오늘 마수걸이 안타 칩니다!”
지난 25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을 앞둔 LG 트윈스 포수 윤요섭이 발끈했다. 더그아웃에서 장비를 챙기며 각오를 다졌다. 강한 집념이 엿보였다. 14경기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 지난해 3할에 가까웠던 0.298의 타율을 찍었던 윤요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다.
LG는 SK에 1-5로 역전패를 당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6회 무더기 실책이 쏟아지며 3점을 헌납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이날 LG가 기록한 안타는 단 4개. SK 선발 레이예스의 변화구에 철저하게 당했다.
하지만 이날 유일하게 레이예스에게 강했던 선수는 윤요섭이었다. 팀 안타의 절반을 윤요섭이 책임졌다. 레이예스를 상대로 3타수 2안타 1득점 1도루를 뽑아냈다. 일단 치면 2루 접수였다.
윤요섭은 3회말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뜨렸다. 24타석 18타수 만이었다. 길었던 기다림만큼 화끈한 2루타였다. 특히 투지가 빛난 발로 만든 2루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첫 안타는 좌익수 왼쪽으로 흐르는 코스. 발이 느린 윤요섭은 1루에서 멈추지 않았다. 허를 찌른 베이스러닝이었다. 윤요섭의 폭풍 질주는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윤요섭도 가쁜 숨을 헐떡일 정도로 모험을 건 주루플레이였다. 윤요섭은 손주인의 희생번트와 오지환의 희생플라이로 이날 LG가 기록한 유일한 선취점을 뽑아냈다. 단타로 끝날 수 있는 안타 이후 발로 만든 귀중한 득점이었다.
윤요섭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이어진 5회 2사 이후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서도 레이예스와 끈질긴 승부 끝에 안타를 만들어냈다. 2B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7구째 낮은 공을 정확히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윤요섭의 질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손주인 타석 때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 번째 허를 찌르는 도루를 성공했다. 시즌 첫 도루였다.
윤요섭은 마수걸이 안타와 도루를 기록하며 원맨쇼를 펼쳤다. 하지만 팀은 6회 어이없는 실책 3개에 무너졌다.
LG는 26일 잠실 SK전 선발로 류제국이 나선다. 윤요섭은 류제국과 배터리 파트너. 타격감을 잡은 윤요섭이 다시 한 번 0.1톤의 ‘코뿔소’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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