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이쯤이면 수상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언제 어느 시즌이고 울산을 상위권으로 분류하는 것은 안정된 전망이다. 하지만, 그래도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누수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풍당당이다.
공수의 간판인 이근호와 곽태휘를 비롯해 에스티벤 이호 이재성 고슬기 마라냥 등 지난해 ACL 우승의 주축들이 모두 다른 팀으로 떠나거나 군에 입대했으니 타격이 너무 컸다. 장기로 따지자면 차와 포를 떼고 두는 격이요 상과 마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전쟁을 벌여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행보가 영 수상하다.
이날 선두 포항(승점 23)과 2위 제주(승점 22)가 모두 경기를 치르지 않아 승점 24점 고지를 밟은 울산은 어쨌든 순위표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26일 결과에 따라 다시 3위로 내려올 수도 있으나 그대로 1위를 지킬 수도 있고 2위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지금 성적이 분명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빠진 면면의 무게감이 워낙 컸기에 시행착오는 불가피해 보였다. 워낙 저력이 있는 팀이기에 상위리그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짐작이야 어렵지 않았으나 리그 판도를 주도할 정도까지는 점치지 못했던 분위기다. 그러나 울산은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일단, 새로운 면면들이 지난 면면들이 전혀 그립지 않을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 이근호의 대체자로 데려온 한상운, 에스티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수한 김성환부터 마스다 호베르또 등 뉴 페이스들이 워낙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는 것이 흔들림 없이 가고 있는 원동력이다.
여기에 그간 출전기회를 잘 잡지 못하던 김용태 그리고 올 시즌 주목할 신인 중 하나인 박용지까지 힘을 합하면서 지난해 버금가는 탄탄한 스쿼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7골로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신욱의 존재감은 크다. 여전히 알고도 막기 힘든 김신욱이라는 공격수는 상대에게 부담이요 철퇴축구의 상징적 존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신욱에 기대거나 의지하는 수준은 아니다. 울산은 25일 경남전에서 김신욱 없이도 4골을 뽑아냈다. 김신욱은 경고누적으로 나오지 못했다. ‘택배 크로스’에 능한 김승용도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골이나 넣으면서 완승을 거뒀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결과다.
시즌 중반,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아무래도 주목도가 지난해에 비해는 떨어지지만, 개인적으로는 울산이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생각한다. 짜임새가 지난해 못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바
ACL에 출전치 않으면서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있기는 했으나 그것을 감안해도 분명 예사롭지 않은 울산의 행보다. 차포를 떼고 상마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와 포, 상과 마를 장착한 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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