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똑같은 공간, 똑같은 사람들이 있지만 분위기는 경기 결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 얘기다.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는 클럽하우스는 그날 경기 그 팀의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곳이다.
패한 날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웃음소리는 커녕 샤워실 물소리조차 간신히 들릴 정도다. 선수들은 말없이 늦은 식사를 하거나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사라진다.
반면, 이긴 날은 분위기가 정 반대다. 초상집이 '홍대클럽'으로 바뀐다. 일단 누군가가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클럽하우스 전체에 울려 퍼진다. 선수들의 표정도 한껏 밝아진다. 같은 장소가 맞는가 싶을 정도다.
류현진이 승리를 거둔 23일 밀러 파크 원정팀 라커룸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감독 경질설이 제기되는 등 팀 분위기가 무거운 탓인지 예전보다 흥겨움은 덜했다.
이동일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보통 원정 경기의 마지막 날은 장비 담당자들이 일찌감치 짐을 싸기 때문에 클럽하우스가 한산한 편이다. 선수들은 유니폼을 벗어 던진 뒤 각
다음날이 되면 클럽하우스는 다시 차분한 분위기로 돌아온다. 선수들은 전날의 감정은 다 묻어두고 새로운 경기를 위해 다시 각오를 다진다. 클럽하우스는 그렇게 ‘천의 모습’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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