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일본, 고베) 김원익 기자] 뜨거운 관심사인 내년 거취에 대해서는 일단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국 진출과 일본 잔류, 메이저리그 진출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분명한 건 류현진(LA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 레즈) 2명의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에 이대호의 피도 끓어오른건 사실이라는 점이다.
2년째 이국땅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대호를 일본 현지에서 MK스포츠가 만났다.
이대호는 그런 평가에 대해서 손사래를 쳤다. “같은 팀이니까 이토이 선수가 칭찬해주시는 것 같아요. 함께 뛰고있으니까 그렇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토이 선수가 워낙 좋은 선수다 보니 말도 좋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대호를 바라보는 일본 기자들의 생각을 취합해 들려주자 못내 쑥쓰러워했다. 이대호는 “영리해요? 안 영리한데(웃음). 초반 성적이 좋았다가 지금 안 좋은 시기인데 원래 잘 치면 다들 주목하고 띄워주는 것이 동료들이고 언론들이잖아요.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니까. 또 잘하면 모든 것이 다 좋은데 못하면 또 모든 것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 스포츠니까 주위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거나 신경쓰지 않고 제 야구를 하려고 해요”라고 했다.
현지 취재 결과 이대호는 오릭스 선수단의 중심으로 확실하게 대우 받고 있었다. 특히 이대호를 향한 모리와키 히로시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의 신뢰는 매우 굳건했다. 오릭스의 한 관계자는 “이제 이대호가 없는 오릭스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며 외국인 선수를 넘어 팀내 중심선수로 자리 잡은 이대호의 위상을 설명했다.
이대호 역시 오릭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만족했다. “감독님이나 코치들이나 선수들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좋아요. 특히 감독님께서도 젊은 분이다보니까 선수들과 많이 어울리고, 저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고참으로 많이 대우를 해주려고 해서 그런 부분은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선수단과 융화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젊은 선수들은 이대호에게 다가와서 살갑게 굴었고, 이대호 역시 엉덩이를 두들겨 주거나 장난을 치는 등 그들을 편안하게 대했다. 일본 기자들 또한 ‘밝고 명랑하고 선후배들에게 예의바르고 살갑게 대하는 선수’로 이대호를 인식하고 있었다.
동료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대호의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 걸렸다. “고참으로 대우를 해준다기보다는 오릭스 선수들 중에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고 1,2년정도 있으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그러다보니 안 되는 일본어에다 한국어를 섞어서 농담도 하고 장난도 많이 치면 애들이 다 알아들어요(웃음).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어 실력은 어느정도일까. 이대호는 “공부를 많이 못해서 지금 100점 중에 5점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라며 쑥스럽게 웃더니 “그래도 대화는 통해요. 또 야구용어는 만국 공통어니까”라며 다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많은 이들이 일본의 ‘현미경 야구’를 감안해 이대호의 일본 진출 2년차 징크스를 우려했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대호는 “징크스는 만들면 생기는 거고 본인이 의식해야 하는 거잖아요. 지금도 안좋을 때인데, 안좋으면 징크스가 나오고 약점이 나오는 것이잖아요. 또 안타를 잘 치면 ‘약점이 없다’는 평가를 하는데, 언론은 보이는 그대로를 보고 쓰는게 당연하고 그런데 신경을 쓰면 더 슬럼프에 빠지기 때문에 의식을 안해요. 결과론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잘하면 그런 이야기들도 쑥 들어갈테니 제가 잘할 수밖에 없죠. 야구 1,2년 한 것도 아닌데 흔들리지 않아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호는 올 시즌 종료 후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이 종료된다. 벌써부터 차기 행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내 다수의 구단들의 관심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 언론들을 통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가 이대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는 국내 여론도 상당하다. 여러모로 뜨거운 감자인 MLB진출에 대해서 이대호의 생각을 들었다.
“아무래도 최고의 무대서 활약하는 두 사람을 보면 끓어오르는 건 있어요.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가장 부각을 받고 또 선수로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한국인 중에는 지금 (류)현진이랑 (추)신수 두 명밖에 없잖아요.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마치 대통령이 된 것과 같은 것은 일이잖아요. 누구나 같을 것 같아요. 모든 선수들의 꿈이 그런 무대에서 잘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겠지만 저도 일본에서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건(MLB 진출) 복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만약 미래에 여건이 된다면 도전해 볼 수 있죠. 그렇지만 또 안 된다면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 최고의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관심은 현지에서는 이미 기정사실이었고, 오릭스 내부에서는 내년 구단 메인 스폰서인 ‘오릭스’의 창립 50주년을 맞아 우승을 목표로 잡고 ‘무조건 잔류시킨다’는 내부 방침을 굳혔다. 이대호는 “아직 저는 오릭스맨이에요. 미래의 행선지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프로선수잖아요. 나를 정말로 필요로 하고 나를 정말로 원하는 팀에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 팀에서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같이 야구를 하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부분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면 여러 경우를 생각할 수 있겠죠.”
지금은 이적이나 잔류를 언급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이대호의 생각이었다.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야구를 할때고,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서 팀에 기여할 때이지 그런 생각을 할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롯데에서 마지막 해에도 그랬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모두 생각하지 않고 야구를 열심히 해서 시즌 끝나고 좋은 성적을 냈잖아요. 만약 그때도 중간에 다른 생각들을 했으면 야구를 잘 못했을 것 같아요. 선수한테는 야구가 먼저잖아요.”
혹시 롯데에서 뛰는 이대호의 모습을 언젠가 볼 수 있을까. 이대호는 조심스럽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대호는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지금 미래의 일은 언급할 시기가 아닌 것 같아요. 전 지금 오릭스맨이고 구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는 시기니까요. 그리고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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