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농구연맹(KBL)이 ‘남북 농구대잔치(가칭)’를 추진한다. 한선교 KBL 총재는 최근 통일부로부터 사전접촉허가서를 발급 받고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낼 게획이다. 개최 시기는 오는 8월. 하지만 아직 성사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KBL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려놓고 북한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남북 농구 교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9년과 2003년에 두 차례 있었다. 현대 故정주영 명예회장이 남북통일농구대회를 추진해 성사시켰다. 1999년 9월 남측의 현대, 기아, 현대산업개발 등 남녀팀이 북한을 방문해 역사적인 대결을 가졌교, 12월 북한 농구단이 서울을 방문해 리턴매치를 했다. 4년 뒤인 2003년 10월 평양 정주영체육관 개관식을 기념해 남측만 한차례 방북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10년 동안 남북 농구 교류는 단절됐다. 성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재민 KBL 사무처장은 “지금은 확정된 것이 없다. 통일부로부터 사전접촉허가서를 받았기 때문에 이제 백방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 총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실상 성사 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밝혔다. 이제 시작 단계라는 의미다.
한 총재가 이번 남북 농구대잔치의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또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농구광이라는 것도 작용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광팬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지난 3월19일 NBA 스타 데니스 로드맨과 함께 미국 묘기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와 조선체육대학 농구팀 혼합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북한 농구의 ‘김정은룰’인 4, 5점슛 제도도 아들 김정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가 성사될 경우 10년 만의 남북 농구 교류전은 어떻게 진행될까.
KBL은 남북 농구대잔치 개최 시기를 오는 8월로 잡았다. 8월에는 농구 이벤트가 많다. 8월1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2013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이후 15일부터 제2회 프로-아마 최강전을 개최한다. KBL이 구상하고 있는 1안은 프로-아마 최강전에 북한 농구단을 초정해 참가 자격을 주는 것이다. 프로-아마 최강전은 프로 10개 구단과 상무, 대학 8개 팀이 참가하는 컵대회다.
이 사무처장은 “북한의 프로-아마 최강전 참가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 1안일 뿐이다. 사실상 북한 대표팀을 초청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북한의 1, 2개 팀을 초청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표팀간의 경기를 제안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열려있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의 농구팀은 약 130개 정도이며, 프로농구 팀도 존재한다. 사회안전성 소속 압록강체육단 남자프로농구팀(태풍), 여자프로농구팀(폭풍), 평양시 프로농구팀(우뢰)등이 대표적인 북한의 프로농구팀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반적인 프로리그가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
이번 남북 농구대잔치 추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최근 남북 관계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민감한 시기다. 한 총재는 정치인 총재다. 성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때 이른 발표는 전시 행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지난 2009년 서울시농구협회는 몽골농구협회를 통해 몽골 현지 대회에서 북한팀 초청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처장은 “이번 대회는 몽골농구협회에서 추진했던 당시 대회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스포츠를 통한 화합이라는 당위성을 갖고 반드시 성사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
이번 대회가 성사될 경우 이벤트 효과는 분명하다. 전 국민적 관심은 물론 남북 관계의 긴장을 풀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과거 농구 뿐 아니라 탁구 등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를 꾸준히 해왔다는 점에서 취지의 긍정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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