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일본, 고베) 김원익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 중인 스즈키 이치로(40)는 일본야구가 배출한 불세출의 영웅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13년 동안 타율 3할2푼1리 2640안타 1219득점 668타점 457도루를 기록 중으로, 은퇴 이후 명예의전당 입성이 거의 확실시 된다. 개인 수상 기록도 화려하다. 2001년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것을 비롯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와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MLB를 대표하는 타자로 선수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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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본 팬들이 이치로를 그리는 방식은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인식과는 조금 다르다. 메이저리거 이치로가 아닌, 일본 야구의 자존심인 이치로다.
▲ 메이저리거? 오릭스 레전드 이치로!
사실 메이저리그 활약에 오히려 가려진 부분이 있지만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자국내 최고의 스타중 한 명이었다. 1993년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펄로스의 전신)에 입단한 이후 일본에서만 통산 타율 3할5푼3리 1278안타 199도루를 기록하며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 때문일까 오릭스 팬들은 아직도 이치로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이치로는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긴테쓰 버펄로스가 합병돼 탄생한 오릭스 버펄로스의 레전드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다. 현재의 오릭스는 홈인 교세라돔과 호토모토 필드 곳곳에 이치로를 헌정하는 기념물들을 만들어뒀다. 호토모토필드의 구장 외벽은 물론 교세라돔의 구장 안 곳곳에도 이치로의 대형사진과 그의 배트, 유니폼등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오릭스의 유니폼을 입은 당시의 이치로의 모습이다.
오릭스의 구단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활약중인 이치로 선수는 국민의 야구영웅이다. 동시에 오릭스의 레전드이기도 하다. 팬들은 여전히 오릭스의 이치로를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세라돔의 상품샵 한켠에는 오릭스 시절 이치로의 ‘51번’ 유니폼을 비롯해 다양한 용품들이 판매되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관심도 높다. 요즘도 오릭스의 경기 관중석에 이치로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관중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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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병도 우리의 레전드다
프랜차이즈 스타와 레전드를 추억하는 미국 프로야구와 일본 프로야구의 방식은 사뭇 특별하고 남다른 부분이 많다. 이들의 섬세함은 외국인 선수도 놓치지 않는다. 교세라돔 3층 상품샵 주변에 두 명의 외국인 타자의 입간판이 마련돼 있다. 실물 크기의 두 외인선수는 바로 부머 웰스와 터피 로즈다.
웰스는 한큐 브레이브스(오릭스 블루웨이브의 전신)의 유니폼을 입고 1984년 외국인 최초로 타격 3관왕(타율 3할5푼5리, 37홈런 130타점)에 오른 전설적인 용병이다. 10년 동안 3할1푼7리 277홈런을 기록하며 구단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타자.
로즈 역시 긴테스 버펄로스와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2009년까지 활약하며 외국인 최초의 450홈런을 기록한 슬러거다. 일본 13시즌 통산 타율 2할8푼6리 464홈런 1269타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이들 둘은 합병 이전 두 구단을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로서 교세라돔 한켠에, 그리고 아직도 많은 팬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비단 오릭스만이 아니다. 모든 명문 구단이 그렇듯, 한신의 경우에도 고시엔 역사관에 그간 한신을 거쳐간 수많은 레전드들을 기념하는 장소를 만들어두고 있다. 마지막 철인 가네모토
호토모토 필드 바깥 외벽에는 오릭스의 레전드들이 차례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치로 이후 레전드의 자리는 아직 공석인 상태다. 그 자리가 누가 되던 간에 이들은 팀의 전설을 잊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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