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일본, 고베) 김원익 기자]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에 위치한 고시엔 구장은 고풍스럽고 정감이 가는 외양을 가지고 있다. 마치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처럼 고풍스러운 벽돌 담장에 담쟁이 넝쿨이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고시엔 구장을 일본 최고의 구장 중 하나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 아마야구를 상징하는 역사와 함께, 또한 열성적인 한신 타이거즈의 팬들의 존재 때문이다.
고시엔구장과 한신타이거즈는 서로 떨어뜨릴 수 없는 존재로 단단하게 결합돼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구단인 한신은 고시엔을 홈구장으로 사용중으로, 이곳에 몰려드는 한신팬들은 일본의 열정적인 야구팬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한신의 마스코트인 호랑이를 소재로한 동물복장을 입은 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역시 호랑이가 새겨진 마치 도복과 같은 전통의상을 입은 팬들의 비중도 매우 많다. 조금 더 시선을 끄는 팬들도 있다. ‘특공복’이라고 불리는 길게 늘어지는 코트와 같은 의상에 한신의 마스코트인 호랑이를 그려놓고 선수의 이름을 새긴 특별한(그러나 쉽게 볼 수 있는) 팬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본영화나 만화를 통해 볼 수 있는 폭주족들이 입고 등장하는 의상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옷을 입은 이가 60대 할머니라는 것. 그 외에도 40대 배 나온 아저씨부터, 20대 아가씨까지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 폭주모임에 동참한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평균 3만명 이상의 팬들이 모이는 것은 평범한 일이다. 대형 주차장 시설은 없다. 대부분의 관중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경기장 사방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는데, 경기 중 주차된 자전거의 숫자가 1000여대에 이른다.
일본 오사카, 니시노미야, 고베를 포함한 간사이 전 지역에서 한신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니시노미야를 연고로 하는 한신과 오사카를 연고로 하고 있는 오릭스 버펄로스의 지역 팬 비율이 9:1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역대 라이벌 요미우리에 비하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한신의 인기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일 정도다. 이런 인기에는 역사의 보존과 온전한 승계에 한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고시엔을 찾는 한신의 팬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부채질을 하며 손자들의 손을 이끈다. 교복을 입은 학생팬들과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의 비중도 매우 높다. 주말이나 평일 가족관중의 숫자도 타팀에 비해서 훨씬 많은 편이다.
현재는 공수표 남발의 대명사가 된 통합창원시가 9구단 창단을 검토했을 당시 한신 우승의 경제효과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창원시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한신이 우승을 하면 관객동원과 팬들의 음주 지출 등 직접효과가 9130억원이고 고용창출과 경기상승 등 경제파급효과가 5628억원 등 모두 1조4758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프로야구 1개 구단의 우승과정이 이토록 많은 일들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총관중 수 상위 4개구단(요미우리, 한신, 소프트뱅크, 주니치)의 합이 한국 프로야구의 1년 총관중수보다 많은 1000만명을 넘는 것이 일본야구의 현주소다. 그럼에도 내부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1935년 창단된 한신은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재팬시리즈 우승 1회, 리그 우승 2회의 일천(?)한 우승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간 한신 팬들의 응원은 성적과는 별개로, 일편단심이었으나 하위권에 머물렀던 지난해는 예년만 못했다.
올해는 다시 뜨거움을 찾을 수 있을 전망. 한신은 센트럴리그 2위에 올라 전통의 라이벌 요미우리와 함께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신의 흥행은 곧 일본야구의 흥행의 척도이기도 하다.
간사이의 맹주 한신은 요미우리와 함께 일본야구를 이끄는 두 개의 거대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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